[씨네21 리뷰]
아이들과 만만하게 고를 반가운 영화,<대디 데이 케어>
2003-10-21
글 : 심지현 (객원기자)
■ Story

번듯한 광고대행사에서 잘 나가던 찰리, 자신이 광고 문안을 맡은 어린이 영양간식 ‘베지오’(야채가 들었단 뜻에서)가 상품화 단계에서 실패하자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가 된다. 아들 벤과 놀아주던 중, ‘아빠 놀이방’(대디 데이 케어)을 떠올리게 되고, 같은 부서에 있던 필과 함께 시작한 놀이방 사업은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다.

■ Review

혼자 쓰는 넓은 사무실에 멋진 의자, 꽤 짭짤한 수입을 자랑하던 카피라이터 찰리(에디 머피)와 필(제프 갈린)이 하루아침에 백수 대열에 합류하는 이유는 담당 상품이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 야채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개발된 브로콜리와 당근이 든 간식이 아이들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하면서 상품화 계획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명문 사립유치원을 다니던 아이들도 아빠의 실직으로 갈 곳이 없어진다. 고심 끝에 두 사람이 세운 ‘아빠 놀이방’(대디 데이 케어)은 처음엔 단순히 백수 아빠들의 생계대안이었지만, 어느새 최고급 유치원과 불량 탁아방 사이에서 고민하던 다른 부모들의 대안으로 변해간다. 일반 유치원의 일년 학비를 합친 금액을 한달 수업료로 받는 ‘챔프맨’은 5개 국어는 물론, 가라테, SSAT(대학 진학 예비시험),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말 그대로 최고급 명문 유치원. 개인의 인성보다는 눈에 보이는 능력 계발에 열심인 챔프맨의 교장 해리단은, 손가락을 빨거나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는 가차없이 퇴학시킨다. 뒤처지는 아이를, 불필요한 나뭇가지로 여겨 쳐내는 해리단의 행위에 분노한 찰리는, 퇴학당한 아이들을 받아들여 눈높이교육을 행하는 한편, 더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 불혹을 넘겨버린 에디 머피의 화려한 입담은 그대로 살리면서 좀더 자연스러워진, 부성을 연기하는 그의 눈빛에 카메라는 오래 머문다. 오랜만에 등장한 가족영화 <대디 데이 케어>.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교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긴 하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만만하게 고를 수 있는 반가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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