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위대한 유산> 미영역 맡은 김선아
2003-10-24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 이종근 (한겨레 기자)

털털한 백조 “장르 경계 넘어 날래요”

“이상해요. 발음이 이상하네, 혀가 짧네, 국어책 읽네 이런 말만 들어오다가 갑자기 분에 넘치는 칭찬만 받으니까. 이것이 뭐신가….”

김선아(28)는 말할 때 종종 코에 힘을 줘 콧구멍 평수를 넓히고 입을 약간 벌린 채 입술을 내민다. 〈위대한 유산〉의 백조(여자백수) 미영 같다. 평소에도 입 모양이 그러냐고 물었다. “옛날부터 입을 벌리고 있어서 이모가 바보 같다고,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태어날 때 엄마가 내 입밖에 안 보여서 충격이었대요. 썰면 몇 접시는 될 거다, 오리다, 펭귄이다 그런 말 수도 없이 들었죠.” 그가 눈에 힘까지 주면 웃지 않고 있기가 힘들다. 얼핏 보면 새침데기일 것도 같은데, 김선아는 새침이나 내숭이 없었다. 친구와 수다떨듯 인터뷰에 응한다.

푼수 같으면서 여성스러움‥코미디 연기 돋보여

“여성의 세계 그린 섬세한 영화 욕심 나 ”

“〈위대한 유산〉 시작할 때 임창정씨가, 우리 둘 다 (역이) 백수니까 진짜 백수처럼 세수도 하지 말고 눈곱도 그대로 붙이고 입가에 침자국도 하얗게 남기고 출연하자 그러더라고요. 임창정씨는 정말 머리도 안 감고 와서 옆에 있기가 힘들었는데, 나는 그래도 여자가, 아무리 백수라서 혼자 있어도 여러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단정하게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죠. 또 미영이는 탤런트 지망생이잖아요.”

백수 청년과 백조 아가씨가 만나 인연이 꼬이다가 서로 좋아하게 되는 〈위대한…〉은 흥행 예감이 좋다. 푼수 같고 선머슴 같으면서도 여성스러운 미영을 표현하는 김선아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예스터데이〉의 조연으로 데뷔해 〈몽정기〉와 〈황산벌〉의 카메오 출연을 거쳐 네번째 영화에서 그는, 코미디 장르에서 선호하는 여배우로 김정은과 쌍벽을 이루는 스타로 떠올랐다. 중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대학을 미국에서 다니고 온 탓에 몇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잘 적응이 안 됐다는 그이고 보면, 매우 빠른 성공이다.

“코미디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같은 건 없어요. 〈예스터데이〉에서 맡은 역이 강해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몽정기〉의 청순하면서 이쁜 캐릭터를 (관객들이) 받아주셨기 때문에…. 꼭 코미디 배우라고 규정하지 않고 뭐든지 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막 촬영이 끝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까지 그의 출연작 5편 가운데 신인 감독 영화가 세편이고 나머지 두편 〈몽정기〉와 〈황산벌〉은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신인 감독의 영화를 고를 때 위험 부담이 크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면 신인감독이 신인인 저를 고를 때도 위험 부담이 있는 것 아닌가요 신인감독, 신인 배우가 설 자리가 더 넓어질 때 발전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도 함께 영화 해봤으면 하는 감독이 없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는 이전 출연작의 감독들 빼고서 〈살인의 추억〉을 언급했다. “조·단역의 연기뿐 아니라 디테일까지 너무 섬세하더라고요. 그런 디테일로 여자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가 있으면 정말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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