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이탈리아를 찾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고국인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바티칸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인식한 바티칸 교회가 영화부문에 관한 도덕적, 종교적 의견을 내도록 설립한 기관인 ACEC(Associazione Catolica Esercenti Cinema)가 베르톨루치의 신작 <몽상가들>(The dreamer)에 관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작품”이고 “빈약하고 서투른 영화”이며, “공익방송의 전파를 탈 때에 청소년에게는 절대 관람불가”라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몽상가들>은 프랑스에 기거 중인 베르톨루치가 1968년 학생운동이 태동하던 당시의 파리를 소재로 한 영화. 파리 시네마테크 원장의 해고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던 이사벨과 그의 동생 테오가 우연히 그 시위에 가담했던 미국인 매튜를 자신들의 집에 초대하게 된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급속도로 두 남매와 친해지게 된 매튜는 그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에 놀라면서도, 그들의 극단적인 성행위에 가담하게 된다. 달라지는 시대를 등 뒤로 한 채, 집안에 갇혀 자신들의 자유를 만끽한다는 이야기. 베르톨루치는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이렇게 피력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나 자신의 일부이기도 하다. 물론 68년대에 나는 이미 27살이었지만, 촬영을 하면서 영화의 주인공들과 그 당시의 나를 자주 연관시키곤 했다. 캐스팅을 위해서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 68년 학생운동에 관해서 물어보았지만, 그 세대의 젊은이들이었던 부모들은 아무런 얘기를 해주지 않은 것을 알고 너무나 놀랐다. 68년의 상황을 잊어버리거나 검열하는 행위는 범죄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모두 다 그 시대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한편 <몽상가들>에 대한 ACEC의 비난은 단순히 작품 속에 드러난 과감한 성 표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베르톨루치의 몸과 마음이 이탈리아를 떠났다는 사실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루톨루치는 지난 1989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의 이탈리아에 관한 소재를 더이상 찾지 못하고 있다. 나를 매료시킬 아이디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 전혀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의 소재의 빈약함은 자신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로 도주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에 상징 같은 것을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1968년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당시 정치적인 상황과 젊은이들의 문화 그리고 성의 해방이라는 카테고리를 연결한 것은 너무나 유치한 비유다.”
베르톨루치와 종교계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탈리아 내의 다른 어느 감독들보다 가톨린 교단과 자주 충돌했던 탓인지 이번 교단의 비난에 대해 베르톨루치는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마저 침묵하고 잊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몽상가들>은 결코 환영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베르톨루치는 예상보다 조용한 반응이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