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란 여성의 일생,<내가 여자가 된 날>
2003-10-2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Story

첫 번째 에피소드. 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소녀 ‘하바’는 할머니에게 정오까지 들어오라는 말을 듣는다. 오늘은 하바가 여자가 되는 날이라고 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 차도르를 입은 채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질주하는 한 무리의 여성들. ‘아후’도 그중 하나이다. 돌연 말을 타고 나타난 남편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오빠와 아버지가 연이어 나타나 강제로 그녀를 멈추려 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 할머니는 가구와 전자제품을 사서 해변에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뗏목에 싣고 바닷가로 나간다. 그녀의 이름은 ‘후라’이다.

■ Review

이란에서 ‘내가 여자가 된 날’은 그냥 그렇게 축복받고 행복한 날이 아니다. 마르지예 메쉬키니는 이란 여성의 일생을 단 하루에 압축해 보여준다. 아홉살 생일을 맞은 하나는 어제까지 같이 놀던 남자친구 하산과 왜 오늘부터는 놀 수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정해놓은 귀가시간 정오 12시까지 들어가기 위해 소녀가 하는 일은 막대기를 모래에 꽂고 틈틈이 시간을 재는 일이다. 한편 자전거 경주에 참여해 다른 여성들과 함께 질주하는 아후에게 그 강압은 말을 타고 달라붙어 그녀를 강제로 멈춰 세우려는 가족들이다. 가족들은 한명씩 번갈아가며 다시 돌아와 그녀를 협박한다. 그러나 이미 남편도 자식도 없는 세 번째 에피소드의 할머니 후라는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젊은 시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위해 무작정 그녀는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내가 여자가 된날>은 ‘어느 하루의 바닷가’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는 세 부류의, 혹은 세 시기의 여성을 비추면서 이란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일관된 결론을 도출하지 않는다. 절망과 희망에 대한 가능성이 동시에 있다(그러나 결국 희망에 이를 것이라고 예시한다). 소녀 하바는 희망의 모험을 떠나는 할머니 후라를 목도하지만, 자전거를 타던 젊은 부인 아후는 결국 그 바닷가에 도착하지 못한다.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부인이기도 한 마르지예 메쉬키니는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이란 여성의 일생’을 하루의 화폭에 담아 데자뷔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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