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을에 만나는 공포영화,<지퍼스 크리퍼스2>
2003-10-28
글 : 심지현 (객원기자)
■ Story

황량한 고속도로에 고등학교 농구대표팀과 치어걸들을 실은 버스가 갑자기 멈춰선다. 누군가에 의해 찢겨진 타이어. 휴대폰은 모두 통화권 이탈이고 날은 어두워만 간다. 오늘은 ‘크리퍼’(식인마)가 기이하고 의식적인 살육을 시작하는 22번째날. 이 고대의 육식동물은 또다시 사라졌다가 23년 뒤에 깨어나기 위한 축제의 마지막 날을 남겨두고 있다. 때마침 눈앞에 싱싱한 식량을 실은 버스가 걸려들었다.

■ Review

으스스한 교회를 배경으로 찢겨진 시체와 악마가 등장하는 전편 <지퍼스 크리퍼스>는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에서 의외의 성공을 한 케이스. 배꼽부터 목까지 톱니 모양으로 꿰맨 시체라든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시체들이 한데 꿰매져 벽과 천장에 양탄자처럼 걸쳐 있던 장면은 공포영화 마니아를 열광시켰으며, 오누이와 식인마의 아슬아슬한 대결을 그린 영화는 개봉주에만 13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2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 <지퍼스 크리스퍼스2>에는 좀더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전개하는 동시에, 전편에 등장한 박쥐 모양의 기괴한 살인마가 고대로부터 목숨을 이어온 육식동물이며, 23일 동안 살인을 저지르는 의식을 통해 23년마다 부활의 기회를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식인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한다. 전편보다 훨씬 좁아진 공간(스쿨버스)에 많은 인물을 몰아넣고 공포에 질린 군상의 모습을 카메라의 현란한 움직임과 편집을 이용해 연출한 장면은 히치콕의 <새>와 <구명선>을 연상시킨다. 일그러뜨린 얼굴과 검은 망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새에 날아가는 식인마의 모습은 스티븐 킹의 소설 <나이트 플라이어>에 등장하는 악마와 어딘가 닮은 감이 있다. 크리퍼 역은 1편에 이어 조너선 브렉이 맡았다. 감독인 빅터 살바는 숀 패트릭 플래너리판 <가위손>이라고 해도 좋을 <파우더>를 만들었고, <크라운 하우스>라는 공포물로 데뷔한 인물. 또한 에릭 로버츠와 랜스 핸릭슨이 출연한 <배드 컴퍼니>는 컬트팬까지 거느리고 있을 만큼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그가 데뷔작에서부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깊은 인연을 자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80년대 후반 빅터 살바는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실의 무언가>라는 37분짜리 단편을 만들어 소니/AFI 홈비디오경연대회 픽션부문에 참가했는데, 그 비디오경연대회의 심사위원 중 한명이 코폴라 감독이었다. 코폴라는 살바의 시나리오 집필 능력과 독특한 상상력, 카메라 연출기법에 주목했고, 결국 그의 첫 영화인 <광대의 집>을 기획하게 된다. 미국의 노동절(9월1일)을 기해 개봉된 영화는 ‘가을에 만나는 공포영화’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10월31일 국내관객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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