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뮤비걸에서 속깊은 N세대로,<최후의 만찬> 배우 조윤희
2003-11-12
글 : 심은하
사진 : 이혜정

“영화가 잘 나오면 물론 더 좋죠. 하지만 안 그렇더라도 조윤희의 가능성을 다른 분들이 봐주셨으면 해요. 물론, 영화까지 잘 나오면 더 좋지만…”이라고 망설이는 것으로 봐서 조윤희는 지금 자신의 첫 영화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받은 뒤 아직도 “진정이 안 돼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나리오보다 촬영이 덜 됐고, 과거 장면이 많이 편집이 된 것이 아쉽다”는 말로 그녀는 그 인터뷰를 통해 얻은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에 대해 설명한다. 그 말은 자신에게 앞으로 영화는 무궁무진하다는 자신감인 셈이다. 이제 막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22살의 배우가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됐다는 건 첫술에 얻어낼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일 수 있다.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었던 조윤희는 <최후의 만찬>을 통해 영화가 얼마나 다른 매체인가를 터득했다. “뮤직비디오는 되게 편해요, 말도 하고.” “영화라는 작업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첫 영화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생각 못해” 실수도 했지만, 이제 그녀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속 재림이 “발랄하고, 깜찍하고 명품을 좋아하는 N세대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속깊은” 캐릭터임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웬만큼 연륜이 쌓이지 않고는 만족스럽지 않을 연기”이지만 조윤희는 “웃고 있지만 깊은 슬픔”을 가진 재림을 연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처음 우연히 캐스팅되어 잡지 모델이 되고, 또 시트콤에 나오고,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까지는 사실 좀 “어리버리했다”. “이러다가 평범한 과에 가서 다른 직업을 하겠지”라고 생각도 했다(지금은 방송연예과에 재학 중이다). 지금도 가끔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자신이 배우 안 했으면 “수의사나 애견사업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한다. 하지만 별로 힘들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지금까지 왔다. 자신도 모르는 진짜 적성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어렴풋이 아는 사람들은 배우 조윤희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조윤희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리 애교있는 성격이 못 된다. 조금은 무뚝뚝하고 조용하다. “쓸데없이 많은 사람을 알고 싶어하지 않고 아무 데나 가서 활발하지 못하는 낯가림”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조용해서 어떻게 연기를 하겠냐”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약간의 오해. 혹은 친해져봐야 알 일.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는 수다도 잘 떠는 그녀에게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개그맨을 해보라”고 추천도 했다니까. 전화받을 때 목소리 바꾸는 내숭녀들이 참 신기하다는 조윤희, “왜 저희 표지 안 해주셨어요. 음… 섭섭하지만 담아두지는 않을게요”. 당차다. “어차피 연기는 실제 성격하고는 다른 거잖아요. 연기 잘하시는 분들 중에도 소극적인 분들 많잖아요.”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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