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적 설득의 부족함,<최후의 만찬>
2003-11-1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Story

촉망받는 의사 세주(김보성)는 자신의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술을 하던 중 의료사고를 내 둘 모두를 잃는다. 그뒤 그는 사고의 책임을 지고 감옥살이를 한다. 심성은 착하지만, 3류 깡패 노릇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곤봉(이종원)은 엉겁결에 상대편 우두머리를 찌른 뒤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명품만을 찾아다니며 카드를 긁어대던 재림(조윤희)은 결국 빚더미에 올라 앉아 악덕고리대금업자에게 쫓기게 된다. 세주, 곤봉, 재림은 우연한 기회로 세주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 Review

<최후의 만찬>의 인물들에게는 모두 우여곡절이 있다. ‘과실’(세주)과 ‘위협’(곤봉)과 ‘충동’(재림)으로 함께 묶여 있는 그들의 매듭은 ‘죽음’(혹은 자살)이다. 세주는 과실로 아내와 자식을 죽여 고통받고 있고, 어쩌면 순진한 시골농부가 되었을 곤봉은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무리들을 피해다니는 양아치일 뿐이고, 난치병으로 삶의 마지막에 선 재림은 그 막막함을 소비와 자살충동으로 맞받으려 한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이 함께하면서 죽음에서 멀리 도망가는 희망의 바퀴가 생겨난다. 세주와 곤봉과 재림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지만 세상의 눈물을 알고 있기에 오손도손 웃고, 웃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보기 좋은 동거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충분히 화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후의 만찬>의 한계이다. 세 인물이 동거해야 한다는, 그래서 서로를 보듬고 웃기면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심정적이고 의무적인 설정은 있지만 그 동기를 설득하려는 영화적인 노력은 부족하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라는 장르는 희망을 대신하기 위해 선택한 영화적 방식이다. 그러나 종종 욕설이나 밥풀을 튀기는 애드리브에 더 많이 기대고 있다. 심지어는 주인공 이름과 동일한 상품이 영화에 등장하면서 영화의 진심을 끌어안고 싶은 관객의 진심을 차단하기도 한다. <최후의 만찬>은 눈물없이는 못 먹을 세상의 음식들을 웃으면서 먹을 수 있는 역설에 대해 생각하는 영화이다. 그런 점에서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하지만 순진하고 허탈한 웃음,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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