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만화같다`의 잘못된 해석,<록키와 불윙클>
2003-11-12
글 : 김현정 (객원기자)
■ Story

1960년대 인기 TV쇼의 주인공이었던 록키와 불윙클은 35년 동안 잊혀진 채 쓸쓸하게 살고 있다. 버려진 신세는 그들을 미워하는 악당들도 마찬가지. 스파이 보리스(제이슨 알렉산더)와 나타샤(르네 루소), 그들의 두목인 위원장(로버트 드 니로)은 할리우드 프로듀서를 이용해 현실세계로 나가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케이블방송을 내보내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FBI는 이들을 막고자 카렌 심퍼시(파이퍼 페라보) 요원을 파견해 록키와 불윙클을 현실로 데려온다.

■ Review

<록키와 불윙클>은 1961년부터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TV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날다람쥐와 말코손바닥사슴이 사악한 스파이를 물리치는 이 시리즈는 1960년대엔 공기나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웠던 냉전을 유머의 소재로 사용했다. 그러나 냉전의 시대는 갔다. 영화 <록키와 불윙클>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유머를 찾아내야 했고, 미디어, 특히 TV와 할리우드영화를 향한 조롱을 말장난의 원료로 삼았다. 너무나도 바보 같은 쇼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넋이 나간다는 설정은 <록키와 불윙클>을 신랄한 영화로 만들어주는 듯도 하다. 그러나 <록키와 불윙클>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카렌의 성장담과 환경보호, 스파이영화, 로드무비까지 싸안으려 했다. 그 욕심 때문에 <유 캔 카운트 온 미> <갱스 오브 뉴욕>의 영민한 작가 케네스 로네건은, <빌리지 보이스>의 표현에 따른다면, “열두번 정도는 헛걸음을 짚는” 시나리오를 쓰고 말았다.

<록키와 불윙클>이 보유한 재능있는 인력은 로네건뿐만이 아니었다. <애널라이즈 디스> <어바웃 어 보이>의 프로듀서 제인 로젠탈, 관능적인 르네 루소, <코요테 어글리>로 주목받은 신인 파이퍼 페라보가 이 영화에 참여했고, 주연 겸 프로듀서인 로버트 드 니로는 <택시 드라이버>를 패러디하는 열성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 화려한 포진으로도 <록키와 불윙클>을 구원할 수는 없었다. 본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배경과 드라마 속으로 불려나온 록키와 불윙클은 안쓰럽게만 보일 뿐이다. 록키와 불윙클은 산만한 시나리오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나리오는 이 귀여운 콤비를 이해하지 못한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필요 이상으로 영리했던” TV시리즈가 <심슨 가족>처럼 냉소적인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 지성을 유지했다면 좋았겠지만, <록키와 불윙클>은 ‘만화 같다’를 ‘바보 같다’나 ‘유치하다’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지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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