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영화계 목조르는 멕시코 정부
2003-11-1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영화학교, 영화협회 등에 대한 공적지원 중단 발표

멕시코 정부가 2004년 긴축재정안을 발표하면서 멕시코 영화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빈센트 폭스 대통령이 멕시코국립영화학교(CCC)와 멕시코영화협회(IMCINE), 1944년 설립된 멕시코 최대 규모의 스튜디오인 추루부스코 아즈테카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영화는 1990년대 부진을 딛고 막 부흥기에 접어든 단계. 여덟편의 영화만 제작된 2000년에 비해 올해는 서른편에 가까운 영화가 제작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 때문에 멕시코 영화인들의 반발은 매우 격렬하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촬영 중인 알폰소 쿠아론(사진)은 “정부가 다음엔 뭘 하겠는가. 피라미드라도 팔아서 쇼핑몰을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라는 말로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첫 번째 영화 <신경증 시대의 사랑>을 IMCINE의 지원으로 찍을 수 있었고, 그것은 데뷔 기회를 얻기 힘든 대부분의 신인감독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모레스 페로스>의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역시 “지금 멕시코영화는 국제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런 때 정부는 지원은커녕 그 정반대의 조치를 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CC도 관심의 대상이다. 루이스 브뉘엘이 명예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 학교는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한 <아마로 신부의 죄악>의 감독 카를로스 카레라, <아모레스 페로스> <프리다>의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 등 젊은 인재들을 배출해왔다. 그리고 이 학교 졸업생들이 실습할 기회를 얻었던 추루부스코 아즈테카는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값비싼 부동산이 될 수 있는 지역에 있다. 쿠아론의 비난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셈이다.

멕시코 영화계의 앞날은 긴축안이 통과되어야만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상태다. 폭스 정부가 1500억달러를 긴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리 쾌청한 일기예보가 들리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멕시코 정부가 지원한 사업 중에서 영화산업이 가장 적은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영화계에 새로운 피를 공급할 수원으로 주목받아온 멕시코는 지금 생각지도 못한 장애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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