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힘에 굴복한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됐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 등장할 예정이던 사루만이 피터 잭슨의 가위에 ‘편집’당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소문의 전모는 이렇다. 제작사인 뉴라인이 상영시간을 줄이기 위해 편집과정에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사루만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의 출연 분량이 7분가량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는 감독 피터 잭슨이 ‘에인트 잇 쿨 뉴스’ 사이트에 직접 해명의 글을 올리면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피터 잭슨은 크리스토퍼 리의 촬영 분량을 잘라낸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것은 스튜디오의 압력이 아니라 내러티브의 당위성에 따른 선택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삭제분은 애초 2부를 위해 촬영된 것이었고, 3부의 오프닝으로 활용하려 했다가 적절치 않아 포기한 것이라고. 그는 2부의 관객이 헬름계곡에서의 엔트의 습격을 곧 사루만의 퇴장이라고 이해했다면서, 3부의 악당으로 사우론을 단독 부각시켜 내러티브에 긴장을 주기 위해서라도, 사루만의 출연분을 없애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DVD 확장판에는 사루만을 살려놓겠다는 ‘위로’의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리는 자신의 촬영분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면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편집당한 사실과 이유를 알지 못했다며, 이런 사실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데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사루만 또는 크리스토퍼 리의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삭제신을 복원하라는 탄원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