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작고 귀여운 감동의 종합선물세트,<사토라레>
2003-11-18
글 : 김용언
■ Story

비행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사토미 켄이치는 생각하는 모든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고 마는 ‘사토라레’다. 1000만명 중 한명꼴로 나타나는 기현상인 ‘사토라레’들은 모두 아이큐 180이 넘는 천재들.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에서는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토미가 신약개발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기 위하여, 그 프로젝트의 담당자로 정신과 의사 코마츠 요코를 파견한다. 코마츠 역시 ‘사토라레’의 실상에 당황하면서도 점점 사토미의 순수한 진심에 이끌리기 시작한다.

■ Review

도그빌에서 트루먼 쇼가 기획된다면? <사토라레>의 전제는 제법 묵직하다.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념파로 변환되어 반경 1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이상현상인 ‘사토라레’(의지전파과잉증후군) 환자들은 실상 일종의 괴물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라곤 꿈도 꿀 수 없는, 그러니까 그들이 만약 음탕한 상상이나 불타는 증오에 휩싸여 있더라도 그것을 절대 타인에게 숨길 수 없을 때 주변에서 받게 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상상해보라. 그들이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토라레들이 괴물인 만큼 뛰어난 천재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토라레가 생각하는 것을 들리게 하는 능력밖에 없는 평범한 존재들이었다면 고립되고 버림받았으리라.

그러나 <춤추는 대수사선>과 <스페이스 트래블러스>를 만든 모토히로 가쓰유키의 작품이라면 지레 골치를 싸맬 필요가 없다. 원작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사토 마토코의 만화 <돌연변이>이며, 제작사 역시 처음으로 실사영화 제작에 뛰어든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사토라레>는 오히려 지브리의 기본적인 노선인 따스한 휴머니즘과 작고 귀여운 감동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사토라레> 속의 사토라레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순수하다. 주변 사람들이 그들 때문에 불편해하면서도 사랑하고 결국 의지하게 되는 건, 그들의 내면의 목소리가 기본적으로 선하고 진실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사토라레가 평생을 보내도록 지정받은 마을은, 불편을 감수하는 대가로 국가에서의 편의를 제공받는다. 사토라레는 그들에게 ‘선물’이다). 그 전제 하나로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토라레>는, 덕분에 정말 실제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않아도 되는 채 존재론적인 불안을 눈물과 미소로 적당히 피해버리고 만다. 얼마든지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는 소재가 너무나 예쁘게 팬시상품처럼 포장된 ‘전체 관람가’의 한계가 이 영화를 적당히 감동적으로, 동시에 몹시 지루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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