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한국영화걸작선] 맨발의 제임스 딘,<맨발의 청춘>
2003-11-19
글 : 이승훈 ( PD)

EBS 11월23일(일) 밤 11시

1950년대에 제임스 딘은 <이유없는 반항>에서 청바지와 강렬한 눈빛으로 온 세계 젊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성세대의 불합리와 권위에 반항하는 젊은이라는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은 한국에서는 영화 <맨발의 청춘>으로 다시 살아난다. 젊은 혈기와 주먹만을 믿고 사는 거리의 깡패 두수(신성일)는 어느 날 우연히 외교관의 딸 요안나(엄앵란)를 위기에서 구해주며, 계급을 넘어선 사랑을 하게 된다. 신성일-엄앵란 커플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이 영화에서 신성일은 청바지와 짧은 머리, 반항적인 눈빛으로 한국의 제임스 딘으로 탄생한다. 결국 그들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동반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택하고 만다. 특히, 수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마지막 장면은 한국 영화사 명장면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이렇듯 당시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사랑을 받았던 영화 <맨발의 청춘>은 뉴웨이브와 청년문화, 저항과 개혁의 기세가 등등했던 60년대 세계사의 큰 흐름에서 비껴나 있던 한국 청년문화의 일단을 보여준다. 당시 한국은 개발독재의 서슬 푸른 억압 아래에서 청년들의 정치적 행동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대신 양키문화의 급속한 유입과 다소 퇴폐적이기도 한 오락문화의 확산 등으로 약간의 숨통을 열어주는 정도로 개혁과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혈기를 배설하게 했다. 이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언뜻 보기엔 기성세대를 거부하는 반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뒤에 가려진 패배주의의 흔적들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계급을 뛰어넘는 두수와 요안나의 사랑은 더욱 고귀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견고한 기성의 벽 앞에서 죽음이란 극단을 선택하는 일밖엔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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