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몇번 만난 여자와 극장에 갔다가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와 우연히 마주친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 그런데 저 여자 누구야?” “어? … 그냥… 아는 여자….” 장진 감독의 신작 <아는 여자>의 제목은 이렇게 나왔다. 영어도 정복하고, 사랑도 정복한 이나영이 ‘아는 여자’ 이연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실미도에서 구르던 정재영이 ‘그 여자’의 오랜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동치성으로 등장한다.
고등학교 때는 봉황기 6승 투수로 날렸지만 지금은 2군 외야수를 전전하는 동치성은 어느 날 암으로 3개월밖에 못산다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엉망으로 술이 취한 날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연과 처음으로 만난다. 그러나 이연에게 이날은 첫만남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해오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알아본 날’일 뿐이다. 이연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서 받은 상품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지만 정작 마음을 채워줄 사랑은 서른아홉 발자국 앞에 두고 바라만 보는 바보 같은 여자다.
<피도 눈물도 없이>를 비롯해 개봉을 앞둔 <실미도>에서도 거칠고 선굵은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정재영에겐 이렇게 살가운 멜로연기는 처음. 이나영 역시 “감독님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편하게 찍으라고 하지만, 연극적인 느낌이 살아 있는 독특한 시나리오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새로운 숙제를 받은 학생처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30일 첫 촬영을 시작한 <아는 여자>의 촬영현장은 “생각보다 너무 웃기는 정재영”과 “이상한 방식으로 웃기는” 이나영 덕에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그나저나, 정재영과 이나영이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 묘한 조합이야말로 내년 6월 찾아올 <아는 여자>의 모습을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