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정복’이니 ‘완전학습’이니 하는 이름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쓰던 참고서의 이름이므로 우리의 귀에 매우 익숙하다. 이들 이름들은 전투적인 자세로 공부에 임하자는 비장한 각오를 담고 있는 말들로, 필시 군국주의의 잔재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완전정복해야 할 대상은 ‘영어’로 지시되고 있는데, 그를 통해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의 허위의식과 아울러 우리 자본주의의 천민성을 흥미로운 관점에서 드러내고 있다. <무사>처럼 온통 심각한 표정의 남자들이 칼질을 하는, 그럴 듯한 화면의 영화를 만들던 ‘스타일리스트’인 그가 선택한 이 소시민성은 시나리오의 힘, 맛나는 어휘들의 힘에 기대어 풀려나간다.
이 영화의 음악은 베테랑 영화음악 감독인 조성우가 맡았다. M&F라는 영화음악 제작회사를 통해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는 이미 칼럼에서도 자주 등장한 바 있다. 그는 O.S.T에 실린 영화음악 노트에서 김성수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과의 재회! 정신없이 지나간 모든 음악 작업의 끝을 장식하는 의미이다. 김성수 감독의 극영화 첫 작품 <런어웨이>는 나의 영화음악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 의미의 무게 때문인지, <영어완전정복>의 음악은 내게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어떻게 화면과 붙느냐를 중요시해온 그는 이번에도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신중하고 소박한 멜로디를 화면에 붙이고 있다. 그의 대표작들인 등의 음악에서 익히 들어왔던 멜로디이다. 조성우는 늘 그리 복잡하지 않은 심플한 느낌의, 관객이나 감독의 귀를 거스르지 않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그는 영화의 장르에 상관없이 우선 그 ‘편안함’을 밑에 깔고 시작한다. 그 다음에 장르의 특성에 맞는 음악들이 더해지는 것이 보통. 이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다. 우선 편안함을 부여하고 나서 다른 방향의 느낌들을 그에 덧붙이는 것 말이다.
이번 영화는 톡톡 튀는 감각의 코미디인 만큼 장면의 흐름에 기민하게 부합하면서 빠르게 변해가는 음악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조성우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편안함’ 이외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섞음으로서 화면의 흐름에 음악을 맞추고 있다. <영어완전정복>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음악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이 씌여 있다. “영어완전정복의 음악은 한마디로 장르 대백과 사전이다. 힙합, 재즈, 록, 귀에 익숙한 가요, 심지어 뽕짝에 타령까지, 음악의 모든 장르를 들어볼 수 있다.” 이것이 조성우가 한 말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어쨌든 이 영화의 음악을 비교적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말이라 생각된다.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음악은 홈페이지의 말대로 ‘귀에 익숙하다’. 귀에 익숙한 음악을 구사하는 것, 그것이 조성우 음악의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이번 영화의 O.S.T에는 그의 오리지널 스코어 이외에도 여러 장르의 음악이 실려 있다. M&F가 만드는 영화음악에서 록적인 분위기라면 맡아놓고 출연하는 펑크 밴드 타카피가 인기 여가수 자두와 함께 부른 현철의 뽕짝 <사랑의 이름표>의 리메이크 버전도 실려 있다. 또 이소정이 부른 <행복한 소녀>는 재즈적인 화성이 가미된 듣기 좋은 발라드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장르가 O.S.T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