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스로 즐기며 영화찍기,<스튜어디스>
2003-11-26
글 : 심지현 (객원기자)
■ Story

방송사 막내 작가인 마샤오창(이찬삼)의 소원은 일본인 여자를 정복(?)하는 것! 친구 조지와 헌팅을 목적으로 바에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취미다. 어느 날 바에서 만난 미녀 스튜어디스를 유혹하는 데 성공, 동거에 들어가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홍콩 뒷골목의 유명한 조직 보스다. 그 즈음 앞집에 이사 온 일본인 여인은 자신을 스튜어디스라 소개하고 이상한 눈빛을 흘려댄다.

■ Review

영화의 첫 장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게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이 핸드헬드 카메라에 불안스레 담긴다. 결국 넘어지고야 마는 주인공, 그의 위로 번쩍 치켜든 여인의 손에는 날카롭게 깎인 모형 비행기가 들려 있다. 모형 비행기를 든 손과 넘어진 주인공의 눈이 바쁘게 교차편집되다가 결국,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난다. 늘 같은 악몽에 시달린다는 주인공의 시름에 찬 고백이 내레이션으로 깔리고, 아마 여기까지가 이 영화를 가장 진지한 자세로 대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 다음부터는 적당히 몸의 근육을 이완시킨 채 이야기에 귀와 눈을 맡기는 것이 좋을 듯.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방송사 막내 작가이자 철없는 청년 마샤오창은 어느 날 술집에서 미녀 스튜어디스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한 건달이라, 바람을 피웠다가는 꼼짝없이 거시기가 거시기 될 판국. 그런 그를 묘하게 자극하는 앞집의 여인이 있으니, 언제나 빨간 옷을 입고 다니며, 자신을 스튜어디스라 소개하는 그녀는 다름 아닌 일/본/인. 샤오창은 일본 여자와 자는 것이 조국의 한을 푸는 길이라 생각하는 괴상한 애국자다. 감시망을 뚫고 그녀와 합방한 그날 이후, 여자친구가 몰래 사라지고, 눈앞에서는 연쇄살인극이 펼쳐진다. 마지막 장면, 끈질기게 그를 뒤쫓는 빨간 옷의 ‘미저리’ 여인. 아, 결국 이것도 꿈인가.

여기저기 기존의 홍콩영화를 비틀고 짜깁기한 흔적이 있지만, 감독 스스로 즐거워하며 찍은 영화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샘 륭을 타란티노와 비교말길). 빨간 옷 여인에게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여전히 살인의 동기나 목적의식은 어둠 저편에 놓여 있다. 주로 B급 실험영화를 만들어온 샘 륭은 진가상 감독의 <성룡의 썬더볼트>로 현장에 진출한 케이스. 2001년에는 <문제 없습니다2>(No Problem2), <광란의 밤>(Maniac Night) 등으로 감독 데뷔를 했으며, 직접 각본을 쓴 <스튜어디스>는 부천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어리버리한 주인공 역은 우리에게 <메이드 인 홍콩>으로 잘 알려진 이찬삼이 맡았다. 심지현 simssisi@dream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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