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연출,<무간도2 혼돈의 시대>
2003-12-04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10여년 전으로 돌아간 <무간도2>는 진영인과 유건명을 비롯한 모든 이에게 슬픔과 고통의 과거를 안겨준다. <무간도2>는 더욱 암울하고, 비극적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무간도>는 연이어 2, 3편의 제작에 들어갔고 진영인과 유건명의 청년 시절을 그려낸 <무간도2 : 혼돈의 시대>를 먼저 만들었다. <영웅본색3>처럼, <무간도2>는 과거로 돌아간다. 한침의 아내 밑에서 잔일을 하던 유건명은 경찰에 들어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삼합회 보스 예곤의 배다른 아들 진영인은 경찰학교에 들어가지만, 그 핏줄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서 스파이로 살아남는다.

공동감독인 맥조휘는 유건명과 진영인에게 그들의 일생을 옭아맬, 진한 과거의 그림자를 남겨둔다. 진영인에게는 핏줄이라는 결코 떨칠 수 없는 악연이 있다. 유건명은 보스인 한침의 아내를 짝사랑한다. 그녀를 쳐다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만, 피를 튀기는 조직간의 전쟁은 그와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무간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맥조휘 감독의 야심은 분명하다. <무간도2>의 첫장면은 예곤의 암살 장면이다. 예곤의 죽음을 기뻐한 중간 보스들의 자축연은, 예곤의 아들 예영효가 건 전화 한통에 박살나버린다. 아버지의 암살자를 찾아내려는 예영효의 복수심은 <무간도2>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무간도2>의 모든 죽음과 배신, 지옥의 슬픔과 고통은 그 지점에서 발현한다. 맥조휘는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연출로 <무간도2>를 거리의 서사극으로 만들어내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무간도2>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진영인과 유건명이 아니라, 황지성과 한침 그리고 예영효다. 한팀 역의 증지위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배우지만, 전작에 이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황지성 역의 황추생은 정말 지옥에 빠진 남자의 한철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를 보다 보면, <무간도2>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라는 의심에 빠지게 된다. 아니 <무간도 2>의 주인공은 명백하게 황지성과 한침 그리고 예영효의 앙상블이다. 맥조휘는 황지성과 한침을 비롯한 모든 주요인물에게 도저한 슬픔을 부여한다. <무간도>의 그 탈출구 없음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무간도2>를 통해 훌륭하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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