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포츠 야마카시의 모든 것,<야마카시>
2003-12-04
글 : 박혜명
뤽 베송의 속도 감각이 만들어낸 변종 익스트림 스포츠 야마카시의 모든 것

번개택시가 달릴 만큼 달렸고 레옹의 권총에도 탄약이 다했는지 뤽 베송이 이번에는 인간곡예를 택했다. 뤽 베송이 기획·각본·제작을 맡은 <야마카시>는 건물타기, 고공점프, 로프타기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스턴트 액션이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다. ‘야마카시’라고 부르는 이 변종 익스트림 스포츠 소재에 충실하기 위해 영화는 실제 야마카시들을 데려다 주인공으로 쓰고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대역없는 신체묘기로 채우고 있다. 일곱명의 주인공들은 24층 빌딩을 순식간에 오르고 지붕과 지붕 사이도 무리없이 넘나든다. 복층 저택 내부를 원숭이처럼 누비는 건 예사다.

빠르게 날고 뛰는 몸뚱어리는 추적자의 집요함보다 도망자의 절박함에 더 어울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도 경찰에 쫓기는 신세에 이른다. 이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범행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새벽마다 건물벽을 기어오르는 탓에 경찰과 동네 어른들의 미움을 받던 이들은 자신들의 묘기를 따라하다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년 자멜을 책임지기 위해 절도를 계획한다.

급히 심장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자멜의 집은 가난하다. 장기밀매 대가로 의사가 요구한 1억원의 돈은 터무니도 없거니와 부당해 보인다. 이에 ‘의적’ 야마카시들은, 의사가 돈을 준비해오도록 요구한 시간 전까지 장기중개업자 7명의 집을 털기로 한다. 누군가 “나쁜 짓 아닐까”라며 주저하자 야마카시 리더가 말한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나눠가질 돈이니까 괜찮아.” 정의감 넘치고 선량한 야마카시 멤버들은 어린이를 위해 싸우는 만큼 어린이의 영웅이 된다. 병원에 직접 찾아와준 야마카시를 보고 자멜이 감격해하는 표정이란 평상복을 입고 나타난 후레시맨 멤버들이 나타났을 때 지을 법한 표정 같다.

이 단순한 이야기는 결말 부분에 허술함마저 남긴다. 그래도 어쨌든 <야마카시>는 변종 익스트림 스포츠의 긴장감과 속도감만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주인공 야마카시 멤버들의 생애 첫 연기는 제외하고 저들의 리얼한 묘기가 진짜라는 것만 의식한다면 더욱 짜릿할 것이다. <택시> 시리즈를 비롯, 일련의 프랑스 액션영화들에서 보여준 뤽 베송의 속도 감각은 여기서도 탁월하다. 그러고보면 한때 우리가 갖고 있던 ‘뤽 베송’이란 이름의 의미는 이미 오래전에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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