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밝음과 어두움, 인생살이의 화려한 절정과 초라한 추락을 대칭적인 구조로 보여주는 감독의 방법은 ‘이중적인’화면에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시리도록 푸른 바다, 금세라도 바다에 삼켜질 것 같은 작은 섬, 그 안에 자리잡은 에스페라도(희망) 별장의 모습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탐욕에 찬 갈등과 배신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무대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에 도취할수록 인간의 밑바닥 감정들이 켜켜이 내뿜는 독기를 그대로 들이마시게 되는 영화, 그러나 묘하게도 감독은 주인공들을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물들의 솔직한 감정의 충돌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듬는다. 릴리가 줄리엥을 떠나는 장면은 그래서 잔인하거나 슬프지 않다. 성공한 중년 감독 브리스에게 이끌리는 릴리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까지 흔들리게 한다. “이 영화에는 좋고 나쁜 인물은 없다. 서로 대립하는 인물과 서로 충돌하는 욕망이 있을 뿐이다”라고 밝힌 감독의 변을 이즈음 곱씹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의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릴리가 새로운 연인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두고 “황홀한 사랑의 고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릴리의 캐릭터를 통해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당장은 솔직한 사랑을 하고 싶은’자신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말한다.
릴리 역에는 과 <스위밍 풀>을 통해 ‘제2의 소피 마르소’로 떠오른 뤼디빈 사니에르가 열연하며 긴 로케이션의 여정 끝에 브리타뉴의 모르비앙만에 지어진 별장 세트는 꿈같은 절경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