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봉준호 감독, ‘한국의 초상’ 찍는다
2003-12-12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전주국제영화제가 1회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의 다섯번째 기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세명의 감독이 영화제로부터 각각 5천만원의 제작비를 받아 자유 주제로 제작하는 30분 분량의 디지털 영화를 다음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이 프로젝트의 이번 주인공은 봉준호(34·한국), 유릭와이(37·홍콩), 이시이 소고(47·일본)이다.

<살인의 추억>을 통해 올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봉준호 감독이 준비하는 작품은 ‘모자이크 다큐멘터리:인간 조혁래’. 감독이 표현하는 ‘모자이크 다큐멘터리’란 피사체에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통상적 다큐멘터리와 달리 “은행 CCTV, 과속이나 도로의 단속 카메라 등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원하건 원치 않던 디지털 이미지로 이곳저곳에서 저장돼 있는 모습의 파편들을 모자이크처럼 붙여가는” 다큐형식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실제 인물 조혁래씨가 살았던 마지막 5년동안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 비디오에 찍힌 5년 전 모습, 국민은행 을지로 지점 CCTV에 포착된 얼굴, 남부순환도로에서 공익근무요원 캠코더에 찍힌 모습 등을 엮어가며 감독은 “월드컵도 있고 대통령 선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불황으로 곤두박질쳤던 시기에 주인공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유릭와이 감독은 <소무><플랫폼> 등 지아장커 감독 영화의 촬영감독 출신으로 99년 장편 데뷔작인 <천상인간>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이다. 그가 감독할 <댄스 투 미 디 엔드 오브 러브>는 미래 중국의 댄스홀이라는 실제 공간을 가상의 인물을 통해 풀어가면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 독특한 폭력의 미학을 실험하는 독립영화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이시이 소고는 연기와 삶에서 침체에 빠진 여배우의 충동적인 자살극을 담은 <경심(鏡心)·가제)>을 연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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