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 영화] <아타나주아>
2003-12-16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오래전, 에스키모인들이 살던 얼음의 땅. 악령의 힘을 빌린 사우리가 경쟁자 툴리막을 누르고 족장이 된다. 세월이 흘러 툴리막의 두 아들 아막주아(‘힘 센 사나이’라는 뜻)와 아타나주아(‘빠른 사나이’)가 어른이 된다. 둘은 부족의 가장 용맹한 사냥꾼으로 인기를 끌게 되고, 사우리의 아들 오키는 이들 형제를 시기한다. 오키는 마음 속에 부인으로 점찍고 있던 아투아마저, 아타나주아와의 주먹대결 끝에 아타나주아에게 뺏긴다. 몇년 뒤 오키 형제들은, 아타나주아 형제의 집을 습격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타나주아는 먼 곳에서 부족으로 되돌아갈 날을 준비한다.

<아타나주아>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영화체험을 안겨준다. 에스키모인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에스키모인들이 모여 영화로 만든 최초의 에스키모어 장편영화다. 시대배경은 수백년 전이지만, 디지털로 찍은 화면은 흡사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준다. 서구 문명이 들어오기 전 에스키모인들의 전통적인 의식주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재미도 주지만 영화는 그 전통을 전시하는 데에 역점을 두지 않는다. 기실 그 문화는 단순하다. 고기를 잡고 가죽을 다듬고 밤에는 얼음집 안에 모여 긴 시간을 보내는 게 생활의 전부다. 그런데 2시간48분의 상영시간 동안 에스키모인들의 시간에 자기 시계를 맞추고 있다보면, 어느덧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악령이 깃든 공동체를, 영웅이 구해내는 이야기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그 안에 가족, 근친상간, 유랑, 귀환 등 원초적인 설화의 모티브들이 날 것 그대로 담겨 묘한 긴장감을 준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 등 많은 국제영화제의 찬사를 받았다. 자카리우스 크눅 감독.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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