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2003년 12월28일(일) 밤 11시
“우리나라 영화의 획기적인 천연색씨네스코의 호화거편!”(당시 광고문안)
<춘향전>은 50년대 멜로물의 일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홍성기 감독의 역작이면서 그의 영화인생을 기로에 놓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같은 해에 개봉한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과의 흥행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홍성기-김지미 커플과 신상옥-최은희 커플의 대결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이 작품은 <성춘향>보다 열흘 먼저 개봉하여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라는 기록을 차지했다. 그러나, 홍성기 감독은 <춘향전>으로 흥행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불행히도 감독으로서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자유만세>를 만든 최인규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홍성기 감독은 해방 뒤 한국영화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많은 작품들인 <별아 내가슴에>(1958), <열애>(1956), <실락원의 별>(1957) 등을 감독했던 50년대 ‘잘 나가던’ 감독이었다. 그러나 <춘향전>의 실패 이후 한국 영화사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게 되고 말았다. 아마도 홍성기 감독의 대표작 중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작품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 많은 애정이 가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1년 2월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EBS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고 있던 중에 홍성기 감독이 운명하셨기 때문이다. 개봉 이후 일반에겐 거의 공개된 적이 없을 정도로 보기 힘들었던 작품이기에, 어렵게 홍 감독님의 허락을 얻어 방송했는데 바로 그날 ‘귀천’하신… 그분의 영화열정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여러분 곁을 찾아간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