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저드가 ‘스타’라면 아마도 ‘지구’ 별일 것”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게 물오른 두뺨에 자신만만하면서도 따스한 미소, 주위 사람들을 챙기고 스스로의 운명도 늘 긍정적으로 돌려놓는 그녀는 정말 하늘보다는 땅의 미를 지니고 있다. 수도도 전화도 없는 켄터키 시골에서 자라나 대학 졸업 때까지는 연예계에 발을 내딛지 않았던 저드. 그녀는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인류학 등 4가지를 부전공으로 공부했으며, 졸업 뒤 평화수호단체 자원봉사자로 아프리카에 가려 했다. 컨트리 가수인 언니 위노나가 그녀를 붙들었다. 첫 배역은 1992년 <초보영웅 컵스>에서 ‘페인트 가게 주인의 아내’. <루비 인 파라다이스>(1993)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따낸 이후 그녀는 <스모크> <노마 진 앤 마릴린> <타임 투 킬> <키스 더 걸> <사이먼 번치> <아이 오브 비홀더> 등에 출연, <노마 진 앤 마릴린>으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더블 크라임>으로 블록버스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꽃무늬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현모양처에서 갖가지 가발을 바꿔쓰는 연쇄살인범까지, 매력적인 켄터키 여자 애슐리 저드는 이제까지 다양한 역할들을 연기했지만, 코미디 연기는 그녀에게 불모의 개척지였다. 저드의 이미지는 귀여움이나 발랄함보다는 우아함, 카리스마, 굳셈에 가까웠다. 사생아라는 놀림을 받는 아들 조와 의 장애아 친구 사이먼 버치(<사이먼 버치>), 남편감을 찾으려다 얻게 된 네명의 아이들(<노블리>), KKK단의 위협 속에 놓인 가족(<타임 투 킬>), 납치범한테 잡힌 자기 자신(<키스 더 걸>) 등 그녀에게는 돌보아야 할 누군가가 곁에 있어 농담할 여유가 없었다. 때로는 노마 진에서 마릴린 먼로로 스릴있는 출세행로를 달리기 바빴다(<노마 진 앤 마릴린>).
그 모든 ‘생활고’와 거리를 둔 뉴욕의 커리어우먼 제인이 되어, <썸원 라이크 유>에서 저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처음으로 웃고 울고 장난치고 매달리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 로맨틱코미디는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화장품 광고 같은 것일지도. 저드 역시 한번쯤 꿈꿨을 로맨틱코미디는, 그런데 그녀에게 갑자기 너무 요란스런 화장을 입힌 것 같다.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나 자신을 ‘헌 암소’로 생각하는 것쯤 아무렇지도 않아, 라는 듯, <썸원 라이크 유>에서 처음으로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이 된 애슐리 저드는 지금까지 그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떠나간 남자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저드라니. 남편에 의해 살인누명을 쓰게 된 것을 알고 복수를 다짐하며 감옥의 운동장을 달리던 <더블 크라임>의 그녀나,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남자들을 죽이는 <아이 오브 비홀더>의 그녀, ‘카사노바’ 소굴에서 용감하게 탈출하던 <키스 더 걸>의 그녀가 보면 낯간지럽다 할 모습이 아닐까.
음식과 섹스와 책과 신.
애슐리 저드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새벽까지 골똘히 생각하며 ‘정신적 해돋이’를 기다린다는, 생각을 글로 정리해 남기고 시간을 쪼개 늘 책을 읽고 요가를 하며 삶에 관한 성찰을 즐기는 ‘철학적’인 애슐리 저드. 그런 그녀를 좋아하는 ‘누군가’는 너무도 많아서, 로버트 드 니로, 매튜 매커너헤이 등 십여명의 배우, 카레이서 등등이 그녀의 연인이었고, 연인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누군가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하이 크라임> <프리다 칼로> <야야 자매의 신성한 비밀> 등 그녀의 신작 3편이 올해 혹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촬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