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성현아
2004-01-06

"연기가 아니라 그냥 영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김상경의 능청스런 대사 'Can you speak English?', 예지원의 흐드러지듯한 살사춤. 홍상수 감독의 전작 <생활의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디테일의 날카로운 발견인 동시에 배우 김상경 그리고 배우 예지원의 발견이었다. 부천에서 막바지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홍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발견의 대상이 될 배우는 유지태와 김태우, 그리고 다소 의외의 인물인 성현아(28)다. 주로 브라운관을 통해 활동하던 성현아에게 <여자는…>는 <할렐루야>, <보스상륙작전> 이후 세 번째 영화. 4일 오후 영화의 촬영이 진행중인 경기도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성현아를 만났다.

▲세 번의 인터뷰, 한 번의 캐스팅 = 성현아는 <여자는…>까지 세 차례 홍 감독과 배역과 관련된 인터뷰를 했다. '오!수정'과 '생활의 발견' 이후 세 번째 시도에서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시놉시스를 보기 전에 감독에 대한 믿음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녀는 "무조건 내가 해야 된다"고 감독에게 우겼다고 설명했다.

첫 인터뷰 때의 에피소드. "감독님은 기억 못하신다지만 <오! 수정> 인터뷰 때 (예쁘게 보이려고) 한껏 치장하고 갔거든요. 감독님이 '우리 영화에는 이런 캐릭터는 필요 없다'며 자리에 앉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냥 온 김에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만 하시더군요."

"소소한 얘기면서도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게 좋았다"는 것이 그녀가 팬으로서 홍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배우로서는 '연기다운 연기'를 하게 될 기대가 컸던 것이 영화 출연을 원하게 된 계기다.

▲'선화는 우리 영화의 빛이다' = 극중 성현아가 맡은 역은 두 남자 문호(유지태)와 헌준(김태우)의 기억 속에 다른 두 가지 이미지로 남은 옛 연인. 가난한 미대생이었던 그녀는 의지하던 사랑에 상처를 받고(헌준) 이후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은 상대를 사랑하려고 애쓰기도 해보다가(문호) 결국 학교를 떠난다.

유지태의 전언에 따르면 감독이 표현하는 여주인공 선화는 바로 '영화의 빛'. "성현아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선화처럼 신선하고 진짜같은 느낌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감독이 솔직히 전하는 만족감이다.

그렇다면 촬영을 얼마 안 남겨 놓고 그녀 자신이 설명하는 스스로의 연기는?

"사실 연기를 한 것 같지 않고 그냥 영화 속에서 살았어요. 그만큼 감독과 영화에 공감을 하면서 지냈다는 말이죠. 제 자신에게는 오래 동안 남아 있을 것 같은 영화예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선아의 대사와 행동이 나와 너무 닮아 있더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제 "'다음 영화는 무슨 재미로 찍지?'라고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촬영이 끝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 촬영 뒷 얘기 = 촬영중 에피소드 하나. 서울의 한 모텔에서 촬영된 김태우와의 베드신은 영화 속 내용에 맞춰 실제로 소주 두어 병을 나눠 마신 상태로 진행됐다고.

"처음에는 긴장됐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는 것이 베드신을 마친 그녀의 소감이다. 결국은 두 사람이 잠깐의 휴식시간에 술기운에 잠이 들어버렸을 정도로 베드신은 편안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성현아는 '칸의 여왕'? = 홍상수 감독은 칸영화제가 끊임없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 감독 중 한 명. 성현아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그녀에 대해 '칸의 여왕'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해외 영화제 초청에 대한 기대를 할 법도 하다"는 말에 "솔직히 전혀 아니다"라는 대답을 돌려줬다. "솔직히 새해 소망은 그냥 이전과 같이 변함없이 무난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것이에요. 너무 즐겁게 작업했던 것처럼 (영화가)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고요. 물론, 이번 영화가 연기 생활에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부천=연합뉴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