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2004-01-08

"교복은 더이상 입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한 번만 더 하기로 했지요. 제 자랑 같아 쑥스럽지만 제가 나온 영화를 보고 이번처럼 흡족한 적은 없었습니다. 안 했다면 후회할 뻔했어요."

<화산고>,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고등학교 교복 차림으로 잇따라 스크린에 등장해온 권상우가 16일 개봉될 <말죽거리 잔혹사>(제작 싸이더스)에서도 교복 연기를 펼쳤다.

자신의 약속을 두 번씩이나 어기지 않는다면 이번이 진짜 `고교 졸업작품'인 셈이다. 그의 나이도 우리 식으로 따져 올해로 스물아홉이 됐으니 이제는 하고 싶어도 기회를 좀처럼 얻기 어렵게 됐다.

시인감독 유하가 메가폰을 잡은 '말죽거리 잔혹사'는 유신 말기인 1978년 서울 강남의 신설 고등학교를 무대로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권상우는 강북에서 전학온 현수 역을 맡아 우식 역의 이정진과 우정을 나누면서 그와 쉽사리 사랑에 빠진 은주 역의 한가인을 안타깝게 지켜본다.

"저도 고등학교 때 화실에 다니면서 한 살 많은 누나를 좋아했어요. 물론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현수와 닮았을 거예요. 적당히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친구와 우정을 느끼고, 나보다 강한 사람의 뒤통수를 쳐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도 하고,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어도 말 한번 제대로 붙여보지 못하고…."

처음에 그는 학교 최고의 주먹으로 꼽히는 우식 역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권상우의 탄탄한 몸매와 터프한 스타일이 그와 어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자 차승재와 유하 감독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처음에는 우식이 멋있어 보였어요. 제가 좀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이끌어가는 화자(話者)가 현수라는 말에 마음을 바꿨지요.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도 떨치기 어려웠구요. 연기를 하다보니 현수의 캐릭터에 점점 끌리더군요. 나중에는 너무 애처롭다는 느낌마저 들어 그와 헤어지기가 싫었어요."

그는 예전 영화와 달리 내보이는 연기보다 안으로 감추는 연기를 익혔다. 초반에는 답답했는데 "이게 바로 연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연기에 빠져 마지막에 옥상 대결을 끝내고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렇다고 해서 권상우가 자신의 등록상표와도 같은 `왕(王)자 무늬'의 몸매와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소룡(李小龍)의 비장의 무기 쌍절곤을 움켜쥐고 특유의 괴조음(怪鳥音)을 토해내며 발차기를 날린다. 소문난 농구 실력과 서투른 기타 솜씨도 엿볼 수 있다.

현재 SBS 미니시리즈 <천국의 계단>에 출연하며 스크린 못지않게 브라운관에서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권상우. 그가 <말죽거리 잔혹사>로 미끈한 외모와 높은 인기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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