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극장가는 흉작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의 연간 박스오피스와 관객 수가 하락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표수익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데 이어, 영국과 프랑스 등의 유럽 극장가도 수년 만에 박스오피스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버라이어티> 최근호가 보도했다.
할리우드 대작 중에서 올해 국경을 초월해 사랑을 받은 작품은 <니모를 찾아서>(사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정도. <헐크>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씨비스킷> 등은 대체로 부진했고, 기대주였던 <매트릭스2 리로디드> <매트릭스3 레볼루션>마저 관객의 실망을 산 것이다. 미국영화가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74억2500만달러로, 2002년에 비해 1% 늘어난 액수지만, 유로화의 강세를 감안하면 이는 명백한 ‘감소’다. <버라이어티>는 이런 해외 박스오피스의 감소 배경을 장기적인 경기 침체, 해적판 제작과 유통 성행, 극장 입장료 상승으로 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로 관객의 구미를 당기는 매력적인 작품이 적었다는 점을 꼽는다. 또 극장에서 집단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문화를 ‘20세기적 레저’로 여기는 젊은 DVD 애호가의 증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도 할리우드영화가 부진했을 뿐 아니라 자국영화도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6년 만에 처음으로 박스오피스가 감소했고, 프랑스의 관객도 줄어들었다. 특정 작품에 대한 편애가 심했던 폴란드의 박스오피스는 전년 대비 15% 하락했고, 극장 입장료가 상승한 멕시코도 관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러시아는 멀티플렉스의 증가로, 전년 대비 박스오피스 100% 상승이라는 이채로운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