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영화 <빙우> 김하늘
2004-01-13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최초 멜로 산악영화 ‘빙우’, 유부남 선배 좋아하는 여학생 김하늘

대학 신입생 경민(김하늘)은 산악반에 들어갔다가 환영회에서 졸업한 선배 중현(이성재)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중현은 유부남임에도, 경민은 주저하지 않고 그에게 마음을 드러낸다. 둘 사이가 깊어지면서 중현이 결혼했다는 사실이 둘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시작한다. 경민의 자취방에 찾아온 중현 옆에 누워 경민이 말한다. “산이 좋아, 내가 좋아 나 나야 산이 좋지. 질투 안 해도 되고. 항상 찾아갈 수 있고.” 과묵한 중현은 말을 아끼지만 돌발적으로 그 감정이 드러난다. 뽑아낸 경민의 사랑니가 화로에 빠졌을 때, 데는 걸 주저하지 않고 손을 집어넣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헤어져야 한다. 알래스카의 산 ‘아시아크’를 오르는 중현을 따라 경민은 이별여행 같은 산행을 떠난다.

“이제 성숙했구나 얘기듣고 싶어요”

한국 최초로 시도되는 산악영화 〈빙우〉는 짙은 멜로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경민 곁에서 경민을 좋아하며 마음 졸이던 우성(송승헌)까지 가세해 닿지 못하는 슬픈 사랑의 곁가지를 친다. 회상장면이 절반을 넘는 이 영화에서 김하늘(26)은 회상 부분에서만 나온다. 그래서인지 생기있고 발랄한 모습이 더 아련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회상과 현재 장면의 기계적인 반복과 잦고 긴 클로스업으로 영화의 리듬이 처지는 걸, 김하늘의 모습이 메워준다. 데뷔 7년차에 5편의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는 김하늘은 중견배우에 가까운 데도 항상 신인처럼 느껴진다. 직접 보면 영화 화면에서보다 얼굴이 훨씬 가늘다. 차분할 것 같은데 말을 빨리 한다. “전에는 말도 행동도 되게 느렸거든요. 데뷔하고 3~4년 지날 때부터 급해지더라고요. 급하면 안 좋은데. 제가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누구에게 지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욕심이랄까. 예전에는 그게 티가 잘 안 났는데 요즘은 드러나나 봐요.”

‘청승 가련’형에서 ‘적극 당돌’형으로

제 이미지가 청순하고 눈물을 많이 빼서 청승에 가까웠는데, 〈빙우〉의 경민이는 당당하고 당돌하잖아요. 솔직하고 거리낌 없고. 영화는 멜로의 감성이지만, 경민이는 보여줄 게 많은 역이었어요. 이미지를 바꾸려고 시나리오를 고르는 건 힘들잖아요. 마침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시점에서 거기 맞는 시나리오를 받게 된 건 행운이죠. 그래도 멜로인데 너무 당돌하고 적극적으로 나오면 관객들이 ‘쟤 왜 저래’ 할 수 있잖아요. 그 수위를 조절하는 데에 제일 신경을 썼어요.

김하늘이 말하는 김하늘의 필모그래피

〈바이 준〉은 지금의 제가 있게 된 시발점이고, 영화가 뭔가, 멋모르고 이런 거였구나. 아! 매력있네. 영화배우를 하고 싶게 만든 영화예요.

〈닥터 K〉는 김혜수 선배 보면서 놀란 게 많았어요. 그 순발력과 감정선을 잡아내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동감〉은 텔레비전 드라마 나온 뒤에 찍었거든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잘 해야겠구나. 에너지가 솟기 시작했달까.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처음 해본 코미디이고, 연기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전에는 멜로 영화 시나리오만 들어오더니 이 영화 뒤로는 코미디가 쏟아지는 거 있죠.

〈빙우〉는 멜로, 코미디 다 해본 뒤에 한 거니까 관객들로부터 ‘이제 성숙했구나’ 하는 얘기 듣고 싶어요.

2월에 개봉하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코미디인데, 많이 망가져요. 〈동갑내기…〉에서 못했던 것 다 해봤어요.

김하늘의 연기관

전에는 연기 연습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안 해요. 대사 톤이 굳어져 있으면 안 좋은 것 같아요. 상대배우와 안 맞을 수도 있고. 지금은 현장 분위기,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 더 신경을 써요. 감독들 보면 애드리브(즉흥 대사)를 좋아하는 쪽이 있고, 토씨 하나 못 바꾸게 하는 쪽이 있는데 전 후자가 좋아요. 애드리브를 하면 어떤 역을 해도 평소의 나와 비슷한 모습이 나오기 쉽잖아요. 또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를 살리려고 고민하면서 대사를 썼을 텐데, 그게 살아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사진=한겨레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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