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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네버랜드에 살았던, 이제는 그곳을 영영 떠나버린 모든 어른들을 위한 슬픈 동화
“난 이제 어른이야”라고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부모의 곁을 떠나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했던 날? 내 값진 노동의 대가를 두둑한 지갑으로 치환받던 감격적인 순간? 그를, 그녀를 영원히 책임지고 싶었던 운명적인 모멘트? 혹은 숨도 같이 쉬기 싫었던 동료나 상사를 무던히 참아내게 된 인내력 업그레이드의 그날? 아니면 더이상 소시지부침이 아니라 버섯구이나, 더덕무침에 젓가락이 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쩌면, 정말 그때 당신은 어른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스스로가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희열이란 동시에 우리가 한때 모두 거쳐왔던 소년, 소녀로서의 즐거움을 망각시키는 치명적인 독소를 품고 있다. 마치 피터팬과 뛰놀던 네버랜드에서의 기억을 접고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했던 웬디처럼.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책과 연극과 영화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피터팬>은 성장을 거부한 채 네버랜드에서 살아가는 소년 피터팬과 도시에서 날아온 소녀 웬디, 그리고 후크 선장의 이야기다. “J. M. 배리의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옮겨내는 동시에, 현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감성을 지닌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21세기 버전의 <피터팬>은 디즈니의 오래된 애니메이션 <피터팬>(1953)과 스필버그의 <후크>(1991)와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다. 바로 이 영화가 소녀 웬디의 성장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점은 2004년 <피터팬>을 연출한 이가 바로 <뮤리엘의 웨딩>,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연출했던 P. J. 호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자들의 신산한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아모시었던 호건은 “턱에서 벌써 여자티가 나기 시작하는” 소녀 웬디의 변화, 즉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동경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버린 웬디와 스스로 그 감정을 부인하는 피터의 애틋한 로맨스 속에 후크와 웬디 사이에 슬쩍슬쩍 느껴지는 섹슈얼한 분위기는 호건의 <피터팬>을 단순히 유아적이고, 교훈적인 아이들용 동화를 넘어선 성인 관객을 매혹시킬 만한 영화로 발전시킨다. “늙고, 사람들이 싫어하고, 외로운” 후크 역의 제이슨 아이작은 웬디의 아버지로 1인2역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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