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의 시즌을 맞아 각종 단체에서 2003년 최고, 최악의 영화들을 잇따라 발표하는 가운데, ‘LA영화평론가협회’가 지난 1월7일 <아메리칸 스플랜더>(사진)를 최우수 작품으로,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을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했다.
평론가들에게 보내는 아카데미 시상식 심사용 스크리너 분쟁이 지속되는 바람에 지난해 12월에 예정돼 있던 투표가 아예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결과는 앞서 발표된 다른 협회들의 심사 결과와 흥미롭게 맞물려 아카데미 시상식의 판도를 가늠케 한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반지의 제왕> 등의 굵직굵직한 블록버스터가 유난히 많았던 지난해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아메리칸 스플랜더>의 최우수 작품 선정은 의외일 듯하다. 그러나 셰리 스프링어와 로버트 풀치니, 두 다큐멘터리 작가의 이 장편 데뷔작은 이미 지난해 선댄스와 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일 뿐 아니라, 전미비평가협회의 2003년 최고의 영화로 뽑히기도 해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확고부동한 작가의 반열에 올린 <미스틱 리버>와 더불어 지난해 평론가들의 절대 지지를 받은 작품. 브로드캐스트영화평론가협회와 뉴욕평론가협회가 월계관을 씌운 <반지의 제왕>은 프로덕션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데 그쳐 LA에서만큼은 제왕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 밖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빌 머레이가 최우수 남우주연으로 선정되어 지난해 거의 모든 평론가상을 휩쓰는 노장의 저력을 과시하는가 하면, 최우수 여우주연은 의 나오미 왓츠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남우조연에는 각각 <모래와 안개의 집>의 쇼레 아그다쉬루, <러브 액츄얼리>의 빌 나이가 선정되었다. 이외에 독립/실험영화 부문에서, LA의 어제와 오늘을 다룬 톰 앤더슨의 다큐멘터리 <로스앤젤레스 즐기기>와 팻 오닐의 디지털 작품 <디케이 오브 픽션>이 수상한 점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