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 영화] 유럽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
2004-01-27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내 아이를 곰이 빼앗아갔어요

16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에 이어 곰을 소재로 한 유럽의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가 30일 개봉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합작의 이 작품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는 미국과 유럽의 감성과 기술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비교체험을 제공한다.

미국과 유럽의 감성 차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의 작은 에스키모 집에 아이가 태어난다. 축복이 가득 쏟아지는 인간의 가족 뒤편에서는 곰 가족의 비극이 펼쳐진다. 갓 태어난 아기곰이 늑대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비탄에 빠진 엄마곰을 보다 못한 아빠곰은 빈 집에서 인간의 아이를 데려온다. ‘작은 곰’이라는 이름이 결정 지은 운명인 듯, 아이는 엄마곰의 품에서 곰으로 자라난다.

인간의 세계를 떠나 야생에서 자라난 아이의 이야기는 실제나 영화에서 가끔 등장해 온 소재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아이가 어떻게 야생성을 버리고 ‘인간적’으로 변모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모성의 위대함은…

여기에는 불결하고 열등한 야생세계와 진화되고 진보한 인간세계라는 이분법이 존재한다. ‘짐승’이 ‘인간’으로 변하면 그 삶은 성공인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가 된다.

그러나 〈곰이 되고 싶어요〉에서 슬픔은 아이가 인간의 세계로 돌아온 순간 시작된다. 아버지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 끝에 어미곰을 죽이고 아이를 따뜻한 난롯불 옆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아이에게 이것은 탈출이 아니라 감금일 뿐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는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또다시 고통받는다. 자식을 향한 애끓는 모정은 아이를 결국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모성의 위대함은 자식을 품 안에 안는 것이 아니라 살을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영화는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하얀 설원의 여백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보이는 맑은 수채화의 배경과 간결한 그림의 선은 이 작품의 가볍지 않은 주제를 매우 적절하게 표현한다. 그림자 애니메이션인 〈키리쿠와 마녀〉 〈프린스 앤 프린세스〉 등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랑스의 제작사 레자르마퇴르는 검은 눈의 에스키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곰이 되고 싶어요〉에서 아시아적인 서정을 화선지에 배는 수묵의 번짐처럼 은근하고 묵직하게 담아냈다.

화선지의 번짐처럼 은근

덴마크 애니메이션의 거장 야니크 하스트루프 감독의 8번째 장편으로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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