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흥미롭고 신비한 이야기, <곰이 되고 싶어요>
2004-01-27
글 : 홍성남 (평론가)
엄마처럼 곰이 되고 싶어하는 한 야성 소년의 이야기. 그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그것을 치장하는 환상적인 비주얼과 음악이 온몸에 천천히 퍼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야생의 아이>(1970)는 짐승처럼 자란 한 ‘야생의 아이’가 문명세계와 어떻게 만나는가를 그린 영화였다. 여기서 그 아이는 때론 거부하고 또 때론 힘겨워하면서도 결국에는 문명세계의 ‘교육’ 아래로 편입된다.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의 주인공 소년 역시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났으나 인간 아닌 존재에 의해 인간 아닌 존재로 키워졌다는 점에서 트뤼포 영화 속의 ‘야생의 아이’와 동일한 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문명세계와의 대면이란 측면에서 트뤼포 영화 속의 아이보다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완강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자기를 길러준 엄마와 같아지기를 원한다. <곰이 되고 싶어요>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난 대로 그런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에스키모 부부에게 사랑스런 아기가 태어나던 바로 그 날, 곰 부부는 갓 태어난 아기의 죽음이라는 슬픈 일을 겪는다. 그 곰의 슬픈 울음소리를 들으며 태어난 아기는 ‘작은 곰’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정말로 곰이 되어버리고 만다. 깊은 상심에 빠져 있는 아내를 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던 아빠곰이 그 아내를 위해 인간의 아이, 즉 ‘작은 곰’을 원래 부모의 손에서 훔쳐와 아내 앞에 데리고온 것이다. 엄마곰의 진실하고 극진한 모성애는 ‘작은 곰’을 이름 그대로의 존재로 만든다.

<곰이 되고 싶어요>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그것을 가지고 별로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운명과 도전 등이 배치된, 흥미롭고 신비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에서부터 당장 가슴을 깊이 찌르지는 않더라도 보는 이의 온몸에 퍼져나가는 순수한 정서적 파장 혹은 감동을 빚어낸다. 예컨대 ‘작은 곰’의 인간부모들이 결국 자기 아들의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알고는 어려운 결심을 하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조용한 감동을 안겨주는 순간이다. 덴마크, 프랑스, 노르웨이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물론 시청각적으로도 관객과 교감할 줄 아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터치와 수채화의 느낌이 살아 있는 배경이 특히 눈을 끄는 비주얼과 서정적이면서도 아련한 환상의 느낌을 전달하는 음악의 결합은 75분 동안 관객의 눈과 귀를 스크린 위의 세계로 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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