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산업이 또 다른 변신을 시작했다. 최근 싸이더스, 명필름, 강제규필름 등 3개 제작사가 상장기업이 된 사건은 영화계의 지각변동을 한눈에 보여주는 예다. 비록 영화사가 아닌 다른 기업의 힘을 빌린 우회상장이지만 언제나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작사들은 상장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조심스레 이제 금융자본의 시대가 가고 제작사 자체 자본의 시대가 오는 것인가, 라고 묻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 제작사의 장내 진입은 지난 1월14일 코스닥 등록기업인 씨큐리콥이 싸이더스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보안기술업체인 씨큐리콥은 싸이더스 주식 전량을 4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과거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였던 싸이더스는 이번 계약으로 씨큐리콥의 100% 자회사가 됐다. 지난 1월26일에는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이 수공구 제조업체인 세신버팔로와 상호주식교환을 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세신버팔로는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으로 강제규필름, 명필름과 결합해 MK버팔로라는 새 회사가 되며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MK버팔로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자동적으로 증권거래소 상장사가 되는 것이다. 영화사 지분 100%를 양도하면서 MK버팔로의 지분을 갖는 형식으로 강제규 감독이 10.8%, 이은 감독이 9.94%, 심재명 대표가 6.54% MK버팔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증권거래소 시장에 진입하는 첫 영화사가 됐다. 이들 3개 영화사의 상장에 앞서 코스닥 등록기업인 지니웍스가 아이픽처스를 인수한 사건이나 지난해 11월 매니지먼트와 제작을 병행하는 영화사 싸이더스HQ가 속옷전문업체인 라보라와 합병을 결의한 일 등도 영화사의 변모를 잘 보여주는 예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영화사는 너나 할 것 없이 기업공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사진)는 “영화마다 따로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자금 유동성에 압박을 느꼈던 제작사 입장에선 이같은 기업결합을 통해 안정된 제작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영화사의 장내 진입이 향후 제작사 자체 자본시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명필름 이사인 이은 감독 역시 이런 사건을 산업화의 증거로 봐달라고 말한다. 머니게임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영화계의 입장에서 볼 때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을 위해 상장만큼 좋은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영화사업과 무관한 기업들과 결합하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씨큐리콥이나 세신버팔로 모두 엔터테인먼트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기업이라는 게 싸이더스와 명필름의 설명. 아무튼 이들 기업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국내 영화산업은 상당한 변모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