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반복되는 불법 인체실험의 공포, <아나토미2>
2004-02-10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반복되는 불법 인체실험의 공포

2000년 만들어진 독일의 <아나토미>는 독일에서만 1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67개국에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한 대학에서 벌어지는 불법 인체해부실험을 다룬 고어영화 <아나토미>가 고어영화팬만이 아니라 보통의 관객을 끌어들인 매력은 무엇일까. 인간존재의 물질적 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치료하거나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방법은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실험과 노력, 그리고 자의이건 타의이건 희생이 필요하다. 법적으로는 동물실험으로 국한되어 있지만, 사실 이 세계 어딘가에서는 ‘인체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음모론이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가설이다. 이미 알려진 일본의 731부대를 비롯하여 잔혹한 인체실험은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아나토미>를 만들었던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속편에서, 전편의 문제제기를 이어간다. 요하킴(바르나비 멧슈라트)은 근육수축증에 걸린 동생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었다. 베를린의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요하킴은, 유력한 노벨상 후보라는 뮐러 라루스 박사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인공근육의 개발로 난치병은 물론 최강의 인조인간을 만들겠다는 뮐러 박사와 연구원들은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제공한다. 반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위대한 성공과 과학의 발전을 위하여 기꺼이 희생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을 맞아가며 인공근육을 실험하다가 죽기도 하고, 연구에서 빠지려는 배신자를 처단하는 것을 알면서 요하킴의 마음은 흔들린다. 그 잔인한 ‘인체실험’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반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의 신념은 확고하다. 과학자는 급진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고, 모든 금기와 제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금지된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불법적인 인체실험에 몰두한다. 올바른 정신으로, 자신들의 육체를 기꺼이 제공한다. 웃으며 인공근육을 수술하는 모습은 마치, 자신들만의 천국에 도달한 광신도를 보는 듯하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자신의 몸을 날카로운 메스로 베어내는 섬뜩한 풍경 때문이 아니라, <아나토미2>의 공포는 그들의 오만과 편견이 바로 현실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아나토미2>를 한편의 활극처럼 만들었다. 요하킴이 마약에 취한 모습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몽환적인 영상을 떠오르게 하고, 인공근육의 힘으로 갖가지 장애물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모습은 할리우드 SF영화를 연상시킨다. <아나토미2>가 전편보다 오락적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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