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별이 번쩍하도록 흠씬 얻어 맞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멍청하고 촌스럽게 나오더라구요. 상상의 커피숍 장면에서 느끼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재미있고요. 로맨틱 코미디로 영화를 시작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제게 웃기는 면이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저도 시사회에서 실컷 웃었어요."
20일 개봉 예정인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시골 약사 희철로 출연한 강동원(23)은 톱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초보 영화배우. MBC 드라마 과 <위풍당당 그녀>에 출연한 뒤 브라운관의 인기를 업고 스크린으로 영토를 넓혔다.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만도 한데 "시나리오가 설정한 상황이 워낙 재미있어 즐겁게 연기했다"고 여유를 부린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컷마다 나눠 찍는 것도 몰랐어요.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더라구요. 대신에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고 제가 노력을 기울일 만한 여유를 주는 것이 좋았어요. 제깐에는 최대한 열심히 해서 아쉬움이 없어요."
충청도 용강 마을의 자랑인 희철은 애인에게 선물하려던 반지를 잃어버렸다가 사기범 영주(김하늘)와 약혼한 것으로 오인받으면서 수난을 겪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돌아가면서 집중 구타를 당하는가 하면 동네 사람들로부터 비열하고 치사한 놈이라고 손가락질까지 받는다.
"영주에게 세 번, 아버지(송재호)에게 두 번, 여동생(이영은)에게 한번등 모두 여섯 차례나 두들겨맞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많이 맞았는데 눈앞에 별이 왔다갔다하더군요. 고등학생 때 선생님에게 맞은 뒤로는 처음이에요. 맞는 게 아프기는 했지만 연기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때리는 사람이 맞는 사람 신경쓰느라 더 힘들었겠지요."
맞는 것보다 괴로웠던 것은 종반부에 고추총각 선발대회에 출전해 고추를 입에 쑤셔넣는 대목. 처음에 맵지 않은 고추만 골라놓았다가 감정이 살지 않는다며 청양고추를 섞고 겨자까지 입에 물었다고 하니 얼마나 입안이 얼얼했을지 짐작이 간다. 고추를 삼키지는 않고 씹기만 했는데도 즙이 목구멍으로 계속 넘어가 마치 입이 녹즙기가 된 기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함께 앉은 배형준 감독이 미안한지 "테크닉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주연 그릇으로 손색이 없고 촬영을 하면 할수록 연기력이 늘어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어깨를 두들겨준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