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영화] <목포는 항구다>
2004-02-17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차인표가 깡패, 조재현이 경찰이다 “웃기겠지?”

목포 깡패와 서울 경찰이 ‘맞장’뜨는 새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배우 조재현과 차인표가 만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깡패 조재현과, 경찰 차인표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것이다. 실은 그 반대다. 조재현은 머리는 셜록 홈스지만 몸은 한없이 굼뜬 서울내기 형사로, 차인표는 공사다망한 가운데 주말의 명화는 꼭 챙겨보는 주먹세계의 보스로 등장한다. 지훈 감독의 데뷔작 〈목포는 항구다〉는 이처럼 예상을 깨는 캐릭터, 예상을 깨는 설정으로 관객의 배꼽을 공략하려는 코미디 영화다.

마약에 취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범죄자에게 인질로 잡혀 질질 짜는 형사 이수철은 동료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마약밀매 루트 확인을 위한 목포 폭력조직 잠입수사에 자원한다. 반짝거리는 셔츠 차림에 전직 보스로 수감 중인 조태범의 추천서까지 받아가지만 환대는커녕 생매장 위기에 처한다. 한편 목포 성기파의 보스 백성기는 대부처럼 폼을 잡고 〈엽기적인 그녀〉를 보면서 눈물 지으며 문화생활에 열중하다가 부하의 배신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목포는 항구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목포라는 지역의 특수성, 고정관념 속에 박혀 있는 험악함의 속살을 끄집어냈을 때 드러나는 살가움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서울로 진출하라는 주변의 권유에 “나는 내 고향이 제일로 좋다”고 구수하게 ‘뿜어내는’ 차인표의 사투리와, 포장은 거칠지만 내용물은 어눌하고 순수한 백성기의 성격, 차밭과 대나무밭으로 이어지는 목포 주변의 풍경들이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조재현의 뒤를 돌보는 형사와 여검사의 에피소드, 초록색 추리닝 차림의 ‘똘마니’들이 벌이는 주책소동이 파편처럼 뚝뚝 끊긴다. 영화는 화장실 유머와, 〈오스틴 파워〉의 그림자 장면, 〈엽기적인 그녀〉의 ‘나 잡아봐라’ 장면 등 여러 영화의 패러디를 총동원하지만 전체의 뼈대에 수렴되지 않고 각자 논다는 게 아쉽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눈여겨 볼 만하다. 조재현의 탁월한 순발력에 180도 연기 변신을 시도한 차인표의 애쓴 흔적이 역력하고, 대학로 터줏대감인 김철식의 든든한 뒷받침이 간간이 웃음을 이끌어낸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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