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국내 첫 장편 HD 디지털 영화 <욕망>
2004-02-20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부부 사이 젊은 남자 ‘싸늘한 3각’

남편이 외도한다는 낌새를 채고 미행했더니 상대가 젊은 남자였다. 젊은 남자는 호스트바의 종업원이다. 당혹감과 분노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부인이 이 젊은 남자와 섹스를 나눈다. 남편을 두고 서로 다툼을 벌여야 할 둘이서 섹스를 하는 그 심리를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둘이 연정을 갖게 되는 걸까. 아니, 그 반대로 섹스 뒤 둘은 모두 남편에게 더 심하게 종속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 사랑을 구걸하다시피 하던 젊은 남자는 급기야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차인다. 부인과 젊은 남자의 관계를 남편이 안 뒤부터, 남편과 부인의 성관계는 가학·피학적인 형태가 돼간다.

<욕망>은 제목과 달리 ‘욕망’을 감싸안지 않는다. 냉정함을 넘어 냉혈하게 느껴질 만큼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거리를 두고 본다. 그들이 왜 자꾸만 착종된 관계와 섹스에 말려들고, 거기서 나오질 못하는지에 대한 영화의 설명도 인색하다. 그 불친절함은 큰 문제가 아닌 듯하다. 대사가 거의 없고, 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스타카토로 끊기듯 이어지는 리듬이 신선하기도 하다. 아쉬운 건 욕망에 대한 영화의 차가운 태도가, 인물들의 동인과 심리를 유추해 읽어내려는 관객의 열정까지 식혀버리는 것 같아서이다. 아이러니가 많은 이야기인데, 막상 영화는 수학공식이 가득 적힌 칠판처럼 다가온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의 김응수 감독이 HD 카메라로 찍은, 국내 최초의 장편 HD 디지털 영화이다. 수아, 이동규, 안내상 출연.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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