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강동원
2004-02-20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어리바리 시골약사라니…뭐, 딱이라고요?”

“내가 특별히 잘났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어휴, 그렇게 못생긴 줄 몰랐어요. 감독님이 정말 미웠다니까요. 상상 속의 느끼버전에서도 대본에선 ‘올백머리’가 아니었는데 억지로 시키고….”

이렇게 망가질줄 몰랐다니까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최희철을 연기한 강동원(23)에게 첫 영화의 시사 소감을 묻자 대뜸 나오는 대답이 너무 솔직()해서 약간 당황스럽다. 이렇게 말하는 건 강동원을 ‘두번 죽이는 일’이 되겠지만, 실제로 만나본 강동원은 지금까지 시에프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그가 연기해온 도시적 꽃미남보다는 최희철에 더 가까운 이미지였다. 일단 어눌하고 느린 말투가 그렇고, 앞뒤 재기보다는 순간순간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도 그렇다. 어리바리함과 어릴 적 신동 소리를 들었던 영특함이 공존한다는 것도. (강동원은 지난주 문화방송 오락 프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꼭지에 출연해 1등을 했다)

가장자리서 빛나는 연기 알았죠

연기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옆에 앉은 영화 홍보 직원 눈치를 슬쩍 보면서 “영화나 드라마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어떡하다 배우가 됐는지 내가 생각해도 웃겨요. 얼마 전에는 〈장화, 홍련〉 보고 싱크대 밑 귀신이 자꾸 생각나서 잠도 못 잤어요”라고 대답하거나, 여학생 팬들의 반응이 장난 아닐 것 같다고 하자 “이상하게 저는 정말 여성팬밖에 없어요. 남자들이 나를 재수없어하나 봐”라고 느릿느릿 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도시의 꽃미남은 저 멀리 날아가고 시골 약사 최희철이 앞에 앉아 있다.

아이돌 스타들의 수직상승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강동원의 짧은 배우 이력은 유독 화려해 보인다. 2000년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델일을 시작한 뒤 그는 지난해 〈위풍당당 그녀〉에서 비중 있는 조역을, 〈1%의 어떤 것〉에서 주연을 맡았고, 첫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도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수월하게 주인공 자리에 오른 만큼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심각하게 이야기할 만한 연기관은 없지만 “싫증을 금방 느끼고 끈기있게 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중·고등학교 때 축구했던 것말고는 유일하게 점점 재미있어지는 게 연기인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아직 연기도 잘 못하는데 다른 걸 어떻게 해요. 그냥 한 우물만 팔래요.” 최희철식으로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그는 식구들로 출연했던 노장 선배들과 함께 이번 영화를 하면서 “조명 한가운데 서는 것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조명 가장자리나 바깥에서 빛나는 연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다음엔 <늑대의 유혹> 기대하세요

강동원은 지금 지난해 11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촬영을 끝낸 직후 들어간 〈늑대의 유혹〉 촬영에 다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청춘 로맨스물인 이 영화에서 그는 얼짱, 싸움짱에 우울한 상처를 가진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정태성 역을 맡았다. 〈그녀를…〉에서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겠다고 말하니 얼굴이 환해진다. “맞아요. 그러니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본 관객들, 이 영화도 꼭 보러 오셔야 돼요.” 첫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두번째 영화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해온 그는 〈늑대의 유혹〉이 개봉하는 올여름쯤 혼자 멀리멀리 여행을 가서 한두달 푹 쉬고 돌아올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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