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맨하튼 임권택 회고전
2004-02-23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맨해튼에서 임권택 감독 작품 15편 상영전, 주말 80% 객석점유 ‘큰 호응’

뉴욕 영화팬들에게 한국 거장 감독의 작품을 10여편이나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박양우)과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공동으로 주최한 ‘임권택 회고전’(Im Kwon-Taek: Master Korean Filmmaker)이 바로 그것. 지난 2월5일 개막돼 27일까지 약 한달간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총 15편이 소개되고 있다. 1996년작 <축제>를 첫 작품으로 시작한 개막식에 임 감독은 현재 영화 <하류인생>을 촬영 중이라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내, 이날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객의 격려 박수를 받았다.

뉴욕한국문화원 박양우 원장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영화보다 더 좋은 미디어는 없다”며 “임 감독의 작품은 해외에 가장 많이 알려졌고, 국제영화제에서도 수상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 회고전에는 뿌리 깊은 한국의 문화를 영상화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회고전에는 이미 뉴욕에서 정식 개봉된 <취화선>과 <춘향뎐>을 비롯해 <족보> <짝코> <만다라> <안개마을> <길소뜸> <티켓> <씨받이> <아다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장군의 아들>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 등이 상영되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과 함께 이번 행사를 준비한 MoMA 영화·미디어 부서의 로렌스 카디시 큐레이터는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 관객에게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며, “이번 행사는 한국의 사회와 정치,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500석의 맨해튼 그래머시 시어터에서 상영되고 있는 이번 행사는 주말에 70∼80%, 주중에 50%가량의 객석점유율을 보이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행사기간 중 반응이 좋은 작품으로는 개막작 <축제>를 비롯해 미국 영화팬들에게 이미 임 감독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취화선>과 <춘향뎐> 등이 있다. 이외에 <태백산맥> <티켓> <서편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미국 영화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재를 다룬 <씨받이>가 관객은 물론 평단에도 ‘의미있는 발견’으로 꼽혔다. <춘향뎐>을 임 감독의 ‘마스터피스’로 지칭한 <빌리지 보이스>는 “잔인하고 냉혹한 이야기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로 맺어지는 <씨받이>는 <춘향뎐>과 대조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씨받이>를 본 한 뉴요커는 “이렇게 감동적인 영화가 왜 진작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년 전 MoMA와 함께 ‘신상옥 감독 회고전’을 개최했던 뉴욕한국문화원은 이번 행사에서 큰 호응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매년 또는 2년에 한번씩 이같은 영화제를 가질 예정이다. 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젊은 감독의 작품들로 구성한 행사를 기획해서 1개월간 15∼25편가량을 상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뉴욕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영화제 관계자들과 함께 5∼10개의 일반 개봉관에서 다양한 한국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또 다른 행사도 기획 중이다. “외교, 경제뿐 아니라 문화도 중요하다”는 박 원장은 “뉴욕 시장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 등의 홍보와 지원을 통해 앞으로도 문화산업 전파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감독의 작품은 지난해 2월 말에도 아시아 문화 홍보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주관으로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 <아제아제 바라아제> <태백산맥> 등 4편이 소개됐으나 당시 폭우가 연이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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