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잭 블랙의 개인기가 만발하는 유쾌한 축제, <스쿨 오브 락>
2004-02-25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코믹 로커’ 잭 블랙의 개인기, 소년소녀 록밴드에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만발하다

두 유형의 직업여성이 등장한다. 스티비 닉스의 <에지 오브 세븐틴>이 울려퍼지면 교장 로잘리 멀린스(조앤 쿠색)는 ‘두 얼굴의 여인’처럼 신체변형을 시작한다. 완고하고 단정하던 로잘리의 동그란 두눈이 좀더 커지며 두손과 입술이 어쩔 줄 모르고 움찔거리더니 스티비 닉스의 섹시한 멜로디와 리듬에 기꺼이 어울린다. 눌러둔 ‘끼’가 제대로 발동되면 자신이 직접 근엄한 훈육자로 양성시킨 교사들 앞에서 온몸에 식탁보를 휘감고 마돈나처럼 열창한다, 고 한다. 반면 철없던 시절을 접어버린 친구의 애인은 조신하기 이를 데 없는 시장의 비서다. 그녀는 너무나 도덕주의적 속물이어서 절대로 록의 세계를 이해 못한다. 그녀는 회개시킬 수 없는 훼방꾼이자 문제아다. 세 유형의 초등학생이 있다. 백인, 황색인, 흑인. 모두 부잣집 자식들이고 최고의 사립학교를 다니지만 유독 동양계와 아프리카계 아이는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왕따다. 다행히도 이들은 백인 아이 못지않게 음악에 천부적 재질을 가졌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세 유형의 로커가 있다. 주인공 듀이 핀(잭 블랙)처럼 조금도 지칠 줄 모르고 이 세상의 모든 ‘짱’을 록으로 엿먹이는 데서 쾌감을 얻는 ‘루저’가 있고, 근사한 외모와 폼으로 여자를 후리며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 급급한 사이비가 있으며, 로커를 향한 험난한 길을 포기하고 용모단정한 보결교사의 길을 택한 소심형(마이크 화이트)이 있다.

<스쿨 오브 록>의 캐릭터는 이처럼 얼마든지 단순하게 유형화할 수 있으며, 스토리는 예정된 수순을 착실히 밟아간다. 그러니 지루할 것이라고? 천만에, ‘루저’ 듀이 핀이 연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도덕주의적 속물이거나 사이비 로커만 아니라면 흥겨움으로 뺨을 붉히며 이 유쾌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재능없는 자, 인생역전을 꿈꿀 수 없다는 허탈감을 확인한다는 것만 빼놓고 말이다. 사실 축제는 늘 기승전결의 뻔한 구조를 갖는다. 실패를 반복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는 로커 듀이가 친구 몰래 사립학교의 보결교사로 위장잠입해 아파트 월세나 벌려다가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록밴드를 결성하더니 드디어 그 밴드가 히트를 친다는 플롯처럼. 역시 관건은 출연자와 연출자다. ‘터네이셔스 D’라는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뛰고 있는 잭 블랙의 재능과 열정이 뻔뻔스런 코믹 연기와 어울려 엄청난 개인기의 향연을 펼친다. <비포 선라이즈>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실제로 연주실력이 뛰어난 소년, 소녀들을 모아 이 세상을 록 교실로 만들겠다는 잭 블랙의 ‘스쿨 오브 록’ 밴드를 그럴듯하게 조형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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