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태양 같은 그 남자의 ‘로드 투 로맨스’, <콜드 마운틴>의 주드 로
2004-02-25
글 : 김혜리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헤이, 주드! 이제야 항복인가? <콜드 마운틴>에서 니콜 키드먼을 열렬히 껴안는 주드 로(32)의 모습이 일으키는 감상은 올 것이 왔다는 안도감에 가깝다. 스크린 앞에서도 가까이 보고 싶은 욕심에 무심코 쌍안경을 찾게 만드는 절대 미모를 갖고도, 주드 로는 로맨스영화의 남자 주역을 끈덕지게도 피해왔다. <콜드 마운틴> 이전까지 주드 로가 연기한 캐릭터는 사랑에 몰입한 적이 없었고 주드 로는 멜로드라마에 포획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드 로의 외모를 영화가 활용하지 않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약간의 면도와 메이크업만으로 그는 <가타카>의 완벽한 우성인간, 의 지골로 로봇이 될 수 있었다. 그가 다른 남자를 매혹해 끝내 나락에 빠뜨리는 <리플리> <미드나잇 가든> <와일드>도 유혹자가 주드 로였기에 부연 설명을 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콜드 마운틴>에서도 주드 로의 외모는 실용적 기능이 있다. 아무리 구덩이에 파묻고 진흙을 발라도 가려지지 않는 주드 로의 스토아적 아름다움은, 남군 탈영병 인만의 기약없는 막막한 고행을 관객이 인내하는 데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

꾸준한 관찰자들은 주드 로를 “할리우드 스타(leading man)의 몸에 깃든 성격 배우”라고 평한다. 이것이 미남 스타가 연기도 곧잘 한다는 덕담 이상이라는 사실은 전작 <로드 투 퍼디션>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들쥐처럼 죽음과 시체를 탐하는 청부 살인업자 맥과이어로 분한 주드 로의 동작은 하나도 허투른 것이 없다. 당시 화젯거리였던 도발적 헤어스타일은 가장 사소한 터치에 불과하다. 주드 로의 맥과이어는 설치류처럼 몸을 웅크리고 사방을 둘러보고, ‘사냥감’의 이름을 메모지 괘선에 맞춰 또박또박 받아쓰면서 킬러의 얼굴에 표정을 새긴다. 손의 건들거림, 어깨의 숙인 각도까지 계산과 고민의 흔적은 선명하다. 그와 두편의 영화를 함께한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지적은 조금 더 적확하다. “사람들은 영국 배우는 대사에 강하고 미국 배우는 몸의 연기가 강하다고 믿지만, 주드 로는 그런 선입견을 무너뜨린다.”

주드 로가, 내러티브의 후원이 약하고 캐릭터가 강한 조연에 몰두해온 것은 카리스마보다 디테일이 뛰어난 연기 스타일 탓도 있지만 됨됨이의 영향도 커 보인다. 많은 영국 배우들이 그렇듯 주드 로는 대중보다 동료들의 인정에 더 무게를 두어왔다. 게다가 그는 망설임이 많은 남자다. 늙기 전에 세기의 연인이 되겠다는 조바심보다 영화 한편의 성패를 짊어지고 매스미디어에 그것을 파급하는 스타의 짐을 짊어지기 싫다는 주저가 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망설임 많은 남자 주드 로는 여러 결단을 내렸다. 그중에는 6년을 함께하며 세 자녀를 둔 배우자이자 이완 맥그리거 등과 함께 세운 영화사 ‘천연 나일론’의 동업자인 배우 새디 프로스트와의 결별도 포함돼 있었다. 이혼과 관련한 타블로이드 공세에 지쳐 런던 생활에 염증을 내기 시작했고, <콜드 마운틴>의 인만이 되기 위해 채식주의를 포기하기도 했다.

경사 급한 비탈길에 접어든 주드 로의 스케줄은 어느 때보다 빡빡하다. 현재 포스트 프로덕션 공정에 있는 4편의 영화 가운데 앞줄을 차지하는 작품은 선배 마이클 케인의 출세작 <알피>(1966)의 리메이크. <리플리>의 디키가 자신이 타인의 심장에 긋는 상처를 모르는 남자였다면, 바람둥이 알피는 자신의 매력을 명백히 인지하고 무기로 휘두르는- 아마도 주드 로로서는 최초인- 캐릭터다. 이럭저럭 주드 로는 메이저 스타덤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나쁜 날씨도 찾아오겠지만 그는 버지니아에서 테네시주 콜드 마운틴까지 도보 여행을 막 마친 참이다. 웬만큼 험한 길은 그를 소진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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