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영화사상 첫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1967) 수상작인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의 <전쟁과 평화>가 오는 3월7일과 4월11일 오사카와 도쿄에서 상영된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그랑프리 및 심사위원 특별상, 뉴욕 영화비평가협회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빛나는 <전쟁과 평화>는 지난해 9월 도쿄에서 첫 상영되었으며 이번 두 번째 상영회는 러시아 정부와 대사관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대륙적 스케일과 500여 캐릭터를 선명하게 그려낸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당시 소련의 국력을 동원하고 영화계의 총력을 결집하여 장장 5년에 걸쳐 완전 영화화될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자됐으며(달러로 환산해 약 1억달러, 1965년 당시의 화폐가치 기준), 상영시간이 가장 긴 영화 3위(696시간), 엑스트라 동원 기록 3위(총등장인물 59만5193명), 가장 많은 로케이션을 거친 영화(164장소) 등의 화려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전쟁과 평화>는 모스크바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 4회에 걸쳐 8시간27분, 일본 첫 공개 당시에는 2회에 걸쳐 6시간13분간 상영됐으며, 이번에는 감독에 의해 커트된 완결판으로 4회에 걸쳐 7시간5분 동안 상영된다. 이번 상영회의 또 다른 재미 하나는 일본의 ‘벤또’(도시락)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영 티켓과 함께 시부야의 러시아 요리점 ‘로고스키’에서 만든 도시락을 함께 묶어 4500엔에 판매한다. 러시아영화와 ‘러시아 벤또’. 시각과 미각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