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독립영화 <송환> 19일 전국 5개관 동시개봉
2004-03-05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태극기·실미도야, 비웃지마라.“독립영화인들의 손으로 독립영화를 전국에 동시 개봉하라!”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전국 스크린을 절반도 훨씬 넘게 장악하고 있는 요즘,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1~2주일 안에 간판을 내리고 만다. 상업영화들도 이런 마당에, 독립영화를 전국에 동시 개봉하겠다는 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독립영화의 전국 동시 개봉은, <죽어도 좋아>처럼 충무로의 배급망을 빌린 경우를 빼곤 아주 드문 일이다. 화제가 된 독립영화들은 서울 단관 개봉하고, 호응이 좋을 때 시차를 두고 전국 순회 상연을 하는 경우가 고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독립영화 <송환>이, 충무로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립영화인들의 손으로 오는 19일 전국 동시 개봉한다.

진흥위 지원금 7천만원 밑천, 김동원감독등 독립군들 뭉쳐, 저예산 영화 새 배급통로 모색

<송환>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동원(49) 감독이, 비전향 장기수 중 일부가 처음 석방됐던 92년부터 북한 송환이 이뤄지기까지 11년 동안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표정, 사연, 고뇌를 담아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무거운 소재이지만 김 감독은 시선이나 방향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 장기수들에 대한 자신의 의문과 회의까지 함께 담아, 관객과 조용하면서도 풍성한 대화를 나누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고,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아본 적이 없던 미국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에서 ‘표현의 자유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의 이런 완성도에 더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디지털영화 배급지원 대상영화로 꼽혀 푼돈이라면 푼돈이고 몫돈이라면 몫돈인 7천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자 독립영화인들이 모였다. 김 감독이 대표로 있는 다큐멘터리 집단 ‘푸른 영상’, 한국독립영화협의회, 독립영화 전문 배급·홍보사 인디스토리가 역할분담을 하면서 7천만원으로 알뜰하게 예산서를 꾸렸다.

1400만원 홍보마케팅비, 5600만원 키네코(디지털 자료를 필름으로 옮기는 작업) 비용. 여기에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한 전국 10개 극장 연합회 ‘아트플러스’가 반기고 나섰다. 아트플러스는 지난해부터 독자적으로 1년에 서너편의 예술영화를 정해 동시개봉하고, 관객이 안 들더라도 최소기간의 상영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궁리해 오던 차였다. <송환>은 그 첫 영화로 결정됐다.

마침내 전국 동시 개봉을 하게 되는 독립영화 <송환>의 개봉 스크린은 아트플러스 소속 극장 5개. 서울의 아트 큐브와 하이퍼텍 나다, 광주 광주극장, 제주 프리머스5관, 부산 DMC 6관으로, 이중 지방 세곳은 필름으로 상영하고 서울 두곳은 대형 디지털 프로젝터로 튼다. 디지털로 트는 건 자금사정상 필름 프린트를 세벌 넘게 뜨기 힘들어서이다. 필름 프린트 한벌 뜨는 데 드는 돈이 350만원으로, 세벌 뜨는 비용까지 벌써 7천만원에서 1천만원 가량 예산이 초과한 상태다.

4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타고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새발의 피’이지만 결코 비웃을 일이 아니다. 독립영화인들이나 아트플러스가 <송환>의 배급 및 개봉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걸 출발점으로 삼아 저예산 영화를 틀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이고 보면, <송환>의 개봉은 한국 영화사에 의미있는 순간일 수 있다.

<송환>을 개봉하는 아트플러스의 5개 극장은 최소 2주 상영을 보장키로 했으며, 상영이 끝나면 다른 아트플러스 소속 극장으로 순회상영할 방침이다. 푸른영상과 한국독립영화협의회는 극장 개봉 외에도, 대학이나 이번에 개봉이 안 되는 충청·강원 지역의 강당, 시민회관 등을 찾아가 영화를 튼다는 방침 아래 상영을 희망하는 단체의 주문을 받고 있다.(전화 02-823-9124, 푸른영상) 현재 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포스터가 4천부로 개봉관용으로 소화하면 남는 게 없어서, 영화 관람료를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 그 돈을 포스터 인쇄 등 추가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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