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수표란 없다.” 올 여름 박스오피스 대전에 임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이런 교훈을 곱씹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버라이어티> 최신호는 올 여름 할리우드가 예년에 비해 보편적인 흥행 대작 법칙에서 벗어나는 다양하고 절충적인 영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04년 여름영화의 큰 특징은 하이컨셉영화이면서도 비주류적인 감성과 강렬한 캐릭터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의 슬리퍼 히트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가 효능을 증명한 공식. 유니버설의 <반 헬싱>과 <리딕의 연대기>, 1993년 이래 최초로 장편애니메이션 없이 여름을 나는 디즈니의 <킹 아더>, 파라마운트의 <월드 오브 투모로>, 폭스의 <아이, 로봇> 등이 그 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시장을 옮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도 알폰소 쿠아론이 감독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연출의 개성이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할리우드의 제작 공정이 평균 3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교훈의 결과일 리는 없지만, 이같은 여름영화 트렌드의 변화는 2003년 여름에 거대예산을 투입한 속편들이 실패한 직후라 더욱 눈에 띈다. 게다가 올해는 발등 찍는 속편에 대한 근심도 덜하다. <스파이더 맨2> <슈렉2> <해리 포터3>는 <패스트 & 퓨리어스2> <나쁜 녀석들2> 같은 지난해의 속편보다 한층 미덥기 때문이다. 유사한 관객층을 겨냥한 블록버스터가 개봉일 선점 경쟁을 벌이고 마침내 같은 날 맞불을 놓는 예년의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버라이어티>는 올해의 시장을 비교적 대등한 조건에서 장기말을 요령껏 움직이는 체스판에 비유했다. 스튜디오들이 브래드 피트의 <트로이>, 톰 행크스와 스필버그의 <터미널>, 톰 크루즈의 <콜래트럴> 같은 이름값 높은 영화와 함께 <두 형제> <썬더버드> <프린세스 다이어리 2> 같은 가족영화를 갖추고 경쟁사의 영화와 엇나가는 카드를 요령껏 배치하는 배급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의 ‘공적’은 아테네올림픽. 그러나 스튜디오들은 낙관적이다. 드림웍스 배급 책임자 짐 사프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미국의 9시간 시차 덕에 TV중계가 관객이 극장을 찾는 황금시간대와 겹치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