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성이 삶의 딜레마와 선택, <모나리자 스마일>
2004-03-16
글 : 오정연
X세대 슈퍼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일련의 Y세대들의 선생으로 돌아왔다. 1950년대 미국사회에서 가져온 질문에 대한 2000년대식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림 속 모나리자는 행복했을까? 질문을 바꿔보자. <모나리자 스마일>의 각본가는 어느 날 1950년대 웰슬리대학의 연감에서 한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깔끔한 드레스를 입고 한손에는 책을, 다른 한손에는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젊은 여자가 찍힌, ‘결혼이 최고의 학생을 만든다’라는 제목의 사진을. 그리고 영화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무구하게 묻는다. 사진 속 그 여자는 행복했을까?

<모나리자 스마일>의 전반부는 자유분방한 서부 출신의 미술사 교수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동부의 명문여대로 부임하면서 겪게 되는 문화적 충격을 비교적 정교하게 묘사한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젊은 학생들의 일생의 목표가 완벽한 결혼임을 알게 되면서, 그는 결혼 이외의 인생의 목표를 그들에게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는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어쩔 수 없는 기시감으로 인해 <죽은 시인의 사회>류의, 훌륭한 스승의 영향으로 성장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선생의 성장영화다. 영화는 캐서린이 첫 강의 시간에 꼬장꼬장한 학생들 앞에서 느끼는 공포로 시작하여, 1년 뒤 그가 학생들의 눈물겨운 배웅 속에 학교를 떠나면서 끝난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인물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이상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캐서린이다. 결혼과 법대 진학을 병행할 것을 권유했던 조안(줄리아 스타일스)은 법대 진학 대신 결혼을 선택하면서 그에게 말한다. “당신이 믿는 삶을 나까지 원해야 한다고 말하지 말아요. 내가 원하는 삶은 결혼이에요. 원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 건 당신이 아니었나요?” 그리고 아마도 이것은 앞서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대한, 교묘한 대답일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이라고 믿는다면, 그는 행복했을 거라고.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으로 익숙한 마이크 뉴웰이 감독을 맡았고, 커스틴 던스트, 매기 질렌홀, 줄리아 스타일스 등 할리우드의 차세대 헤로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한 무리의 젊은 여성들은 여성의 삶의 딜레마와 선택을 대표할 만한 네 가지의 케이스를 대변한다. 따라서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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