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점이라면 <내생애 최고의 데이트>의 그 뜬금없이 실종된 시대성이다. 영화 속 웨스트 버지니아는 마치 50년대 클래식영화들의 무대처럼 보인다. 로잘리가 할리우드로 떠나는 장면에서 소꿉친구 피트는 “처녀성을 지켜!”라고 외치기까지 한다(!). 영화는 50년대 배경의 영화 속 영화로 시작되고, 그것과 똑같이 재현되는 현재의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이 수미쌍관의 라스트신은 그 표백된 시대성에 대한 제작진의 변명이다.
매력적인 할리우드 스타를 버리고 소꿉친구의 품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섹스없는 로맨스라는 것이 ‘타락한 현대관객’에게는 지나치게 순진무구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귀향’ 로맨스들(<워크 투 리멤버> <스위트 홈 알라바마>)과 닮아 있는 대목에서는 보수화되어가는 할리우드(특히 10대물에서)와 공화당 정부의 타협점을 흥미롭게 읽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클리셰로 가득 찬 시대착오적 로맨스라도 그 순진한 미소 앞에서 끊임없이 삐딱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블루 크러쉬>의 케이트 보스워스는 새로운 신데렐라로 완벽하고, 태드 역의 조시 두하멜은 여성관객, 혹은 몇몇 남성관객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피트 역의 토퍼 그레이스는 훌륭하다. <트래픽>에서 마약중독자 역을 기막히게 소화해냈던 그는, 너무도 가벼워서 바람에 날아갈 듯한 영화에 적절한 무게추를 달아주는 믿음직한 ‘배우’다. 그가 없었더라면 태드 해밀턴의 매력에 숨넘어가는 로잘리와 관객을 피트에게 되돌리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