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개최된 어린이영화제에 한국인 감독의 애니메이션 3편이 출품됐다. 지난 3월5일부터 27일까지 한달여간 개최되는 뉴욕국제어린이영화제 2004(NYICFF)에는 허영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장편 <망치>(Hammerboy)(사진)를 비롯, 김상남 감독의 2001년 단편 <일곱살>(Kid), 호주 대표로 단편부문에 출품한 수잔 김 감독의 <모국어>(Mother Tongue) 등이 소개되고 있다.
<일곱살>에서 어린 남동생만 두둔하는 엄마에게 화가 난 일곱살짜리 여주인공 유주는 옥외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있는다. 하지만 바람소리와 그림자 때문에 무서움이 일자 유주는 계속 숨어 있느냐, 아니면 엄마에게로 달려가느냐를 놓고 고민한다. 이 작품을 보던 어린이 관객은 주인공이 숨어 있던 화장실에 이상한 그림자가 보이고, 바람소리 때문에 유리창문이 덜컹거리자 스크린 속의 유주와 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76년에 호주로 이민 간 수잔 김 감독은 <모국어>에서 자신이 어떻게 모국어를 잃어버리게 됐는지를 6분짜리 짧은 애니메이션에 담았다. 먼저 이민을 떠난 아버지를 위해 엄마와 함께 음성편지를 보내던 소녀는 이민을 떠날 날짜가 다가오자 엄마와 함께 모든 대화를 영어로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보내던 음성 편지에도 영어 연습하는 내용을 담아 보내던 이 소녀는 이후 한국말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슬프게 말한다.
경쟁부문이 아닌 새로운 작품(New Features) 부문으로 나온 <망치>는 세계 프리미어로 7일 첫 상영됐다. 영어로 더빙되어 상영된 이 작품은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매진돼 행사 당일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한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예매 취소된 티켓을 구하기 위해 매표소 근처에서 오랫동안 서성거리기도 했다. 어린이와 학부모 관객이 직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선발해온 NYICFF는 올해부터 심사위원 제도를 추가 도입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영화감독 조너선 드미와 구스 반 산트, 영화배우 수잔 서랜던을 비롯해 어린이 방송사 프로듀서와 미디어 관계자 등 7명이 ‘특별 심사위원상’ 수상작을 선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