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모나리자 스마일>의 줄리아 스타일스
2004-03-17
글 : 김도훈
금발의 아이비 리거, 배우 수업 중

그러니까 문제는, 아무리 그의 매력에 찬사를 보내도 주위의 누구 하나 당신의 의견에 맞장구쳐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 틴에이저영화의 교범 중 하나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나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의 슬리퍼 히트도 그저 먼나라 이야기인 이곳의 사람들에게, 줄리아 스타일스는 이런저런 작품들을 끌어들여야 겨우 기억되어지는 ‘눈꼬리가 치켜올라간 바로 그 배우’다. 뭐 그렇다고 그의 가치를 억지로 끌어올려 열변을 토할 이유는 없다. 이제 고작 23살. 3편의 셰익스피어 원작영화와 여러 편의 틴에이저영화, 그리고 조심스레 이어지는 훌륭한 작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이제야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젊은 여배우이니 말이다. 물론, 이팔청춘도 머나먼 11살, 찰스 맨슨에 대한 아방가르드 오페라를 보고 감동받아 맨해튼의 리지 시어터에 배우로 입단한 “영재는 싹수부터 알아본다” 식의 후일담도 있다마는.

그에게 머리를 자른 이유를 물으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피터지게 싸우는 동안 줄리아 스타일스는 머리를 잘랐죠”라며 웃어젖힌다. 그러니까 그는 ‘스포츠신문과 얌전하게 인터뷰를 할 여배우’의 리스트에서 자동삭제다. <모나리자 스마일>의 조안 역은 그런 그와 참으로 닮아 있다. 대학이라는 장소가 좋은 집안에 시집갈 양갓집 규수를 생산해내는 차밍스쿨이었던 시절에 대한 이 여성판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그는 사회의 틀을 깨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당당한 여자다. 비록 사회의 규율과 관습에 따를지라도 그에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쨌든 내가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줄리아 스타일스는 바로 지금 그 길을 가는 중이다. 단역으로 특별 출연했던 <본 아이덴티티>의 속편에 또 한번 얼굴을 내보이는 동시에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은 컬럼비아대학의 도서관에서 머리를 싸매며 과제들을 해치우는 것이다. 동세대의 커스틴 던스트가 대학과 100만달러의 명성을 맞교환했을 때 줄리아 스타일스는 전자를 선택하고 후자를 좀 늦추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아이비 리그의 장학생이다.

모두 알다시피 똑똑한 여자에 대한 악의적인 시선은 세상 어느 곳에나 있다. 특히나 젊은 금발의 여배우가 아이비 리그에 입학했다면 더더욱. 루머들에 의하면 줄리아 스타일스는, 클럽의 테이블 위에서 춤추며 남자들을 유혹하고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례하기 그지없는 ‘할리우드 인형’이라 한다. 토크쇼에서의 작은 농담 때문에 컬럼비아 대학신문으로부터 “패션 잡지에나 나오는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을 가지고, 이십세기 폭스가 등록금을 내는, 눈꼬리가 올라간 할리우드 매춘부”라는 말을 들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악의로 가득 찬 편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저에게 이야기를 건넨 적도 없는 사람들일 거예요.” 그는 베를린에서 영화를 찍고 대서양을 횡단해 날아와 기말고사 준비를 위한 책들에 파묻혀 지낸다. 아무렇게나 질끈 동여맨 머리와 파자마 차림으로 캠퍼스를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그가 상상이 되지 않을지라도. 세상의 불평등함에 상처받는 당신에게, A학점의 에세이를 써내는 젊은 여배우란 어쩔 수 없는 질투의 대상이다. 물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모두 잘해내고 싶어요”라는 답변으로 질투쟁이들의 염장을 확인사살하는 것을 잊지 않는 친절함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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