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데뷔작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최민식과 호흡 맞춘 장신영
2004-03-17
글 : 김도훈
사진 : 정진환
“저, 안 떨려요!”

TV 모니터를 뛰쳐나와 스크린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신인 영화배우. 게다가 첫 도전의 상대가 당대의 카리스마 최민식이라면, 그렇다면 첫 질문을 뭐라고 해볼까. “떨리지 않으세요?”라고? 그렇게 해볼까? 하지만 첫 영화를 준비하는 스무살의 장신영은 어린 신인이라기엔 이미 프로다. 4개의 드라마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아온 그녀는 지금 <귀여운 여인>에서의 야심으로 가득 찬 젊은 꽃뱀으로 매일매일 브라운관을 찾아오는 중이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단순히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해 나갔던 ‘미스춘향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발을 들여놓게 된 연예계. 남들은 열심히 진로를 걱정할 고3 때인 2002년 금요단막극 <우리집>과 일일극 <해뜨는 집>에 연이어 출연하고 지난해는 주말극 <죽도록 사랑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십자수가 취미였던 여고생은 어느덧 시나리오 읽기가 취미인 연기자가 되었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자기 나이의 역할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마주하고 있는 얼굴은 분명히 앳된 20대 초반인데. “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어요. 제 나이에서 서른살까지 넘나드는 캐릭터들을 연기해왔거든요. 미혼모 역할들도 많았고.” 살짝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팔청춘의 신인배우가 해내야 했던 미혼모의 고뇌라니. “처음에는 겁도 나고 초조하기도 했었는데 연기를 하다보니 알겠더라구요. 물론 아직 결혼도 안 해보고 애도 안 낳아봤지만 미혼모 연기할 땐 아기만 생각하면 눈물이 났어요.” 시나리오가 들어오자마자 바쁜 방송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장신영은 첫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을 덥석 물어버렸다.

당대의 남자배우 최민식과 연기해야 할 스크린 데뷔작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은 수연. 강원도 폐광촌에서 아버지를 돌보며 약사로 일하는 여자다. “애매한 캐릭터예요.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네가 수연이 되는 게 아니라 수연이를 네가 스스로 만들어라, 수연이는 너의 것이다. 네가 수연이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궁금하다.” 첫 영화의 부담감에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숙제까지, 짊어진 짐이 한 가득인 그녀지만 그저 영화를 찍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첫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돼요. 드라마와는 많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큰 공부가 될 거예요. 헤쳐나가기에는 멀고 먼 길이지만요.” 영화잡지와의 첫 인터뷰라 많이 긴장했다지만, 그것은 영화배우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 좋은 긴장감 같다. 예쁘고 귀여운 역할보다는 노 메이크업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적인 역할을 맡고 싶다는 당찬 그녀에게 바로 ‘그’ 질문을 던졌다. 첫 스크린 도전의 상대가 최민식인데 떨리지 않나요? 대답은 이미 앳된 20살 소녀의 것이 아니다. “운명 같아요. 상대배역이라는 것은 그 사람과 호흡을 같이한다는 것이잖아요. 최민식씨를 만난 것도, 운명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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