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맹부삼천지교>의 조재현
2004-03-17

"그동안 깡패나 개장수 같은 배역을 도맡아 아들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만한 영화가 없었어요. 이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아빠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줄 수 있게 됐거든요." 26일 개봉할 영화 <맹부삼천지교(孟父三遷之敎)>(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의 주인공 맹만수 역을 맡은 조재현(39)은 시사회를 마치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신인 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맹부삼천지교>는 아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태장수 아버지의 분투기를 그린 풍자 코미디. 사채로 전세금을 마련해 서울 강남의 대치동 아파트로 이사왔지만 바로 앞집에 조직폭력배가 살고 있어 온갖 해프닝이 펼쳐진다.

"주인공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영화에서처럼 공부 잘하는 아들에게 더좋은 조건을 마련해주려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지요. 아예 못한다면 무조건 서울대에 보내야 한다는 행동에 공감할 수 없었겠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지만 자식은 이기고 지는 상대가 아닙니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지요."

조재현은 중학교 2년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형. 사람 냄새 나는 강북의 정서가 마음에 들어 강남으로 이사갈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맹만수 못지않게 아들의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촬영차 뉴질랜드에 가 있을 때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놈이 반에서 4등 정도 하는데 운동(쇼트트랙)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기훈씨도 만나봤는데 다른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운동을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늦었지요. 저는 일단 1주일간 서로 고민해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그 뒤 저는 `할아버지나 나나 네 나이 때 인생을 결정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면 해보라'고 말했지요."

조재현은 여러 영화에서 액션을 선보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폭력배 두목 최강두 역의 손창민과 `짜고 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격투를 벌였다.

"감독께서 실제로 치고받으라고 주문하더라구요. 기분이 묘했죠. 베드신을 실제로 해보라고 하면 어떻겠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저도 자신도 모르는 배우의 피가 흐르나봐요. 다 찍고 난 뒤 느낌이 좋던데요. 다만 손창민씨의 팔이 저보다 더 길어 몇 대 더 맞은 게 억울합니다."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재현은 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사실상 데뷔작.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72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손창민이 훨씬 선배지만 뱀띠 동갑이어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제가 처음에 단역으로 출연할 때 손창민씨는 이미 톱스타였지요. 청춘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그 이야기를 해줘도 기억을 못하더라구요. 그게 가슴에 못이 돼 박혔습니다.

그때 저는 창민씨와 눈도 제대로 맞추기 어렵던 햇병아리였지요. 상대역의 대사가 끝날 때쯤이면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입이 얼어붙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때문에 NG가 난 적이 있었는데 창민씨는 고맙게도 제 핑계를 대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려 주더라구요." 조재현은 현재 상영중인 <목포는 항구다>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여기서도 상대역은 손창민과 마찬가지로 미남스타에서 폭력배 두목으로 변신한 차인표. 일본 유바리영화제에서 대상도 타고 흥행에서도 순항을 계속하고 있지만 또다른 이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재현이 <목포는 항구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태극기 휘날리며>의 스크린 독점에 일침을 가하자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이 벌여졌다.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목포는 항구다>를 각각 한정식과 자장면에 비유하며 세련되지 않은 작은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 영화를 식단에 비유한다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느냐고 묻자 "<목포는 항구다>가 질펀한 이야기로 웃음을 준다면 <맹부삼천지교>는 깔끔하면서 뭉클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면서 "멀건 국물에 먹고 나면 매운 맛이 남는 사천탕면과 꼭 닮았다"고 대답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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