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만수(조재현)는 일찍 아내를 여의고 아들을 혼자 키워왔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을 때, 아들을 서울대학교에 보내겠다고 이 악물고 다짐했다.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을 따라 아들에게 최선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시골에서 서울 강북을 거쳐 마침내 강남 대치동 아파트에 입성한다. 생선 장수하면서 이 일들을 다 치렀고, 강남에 들어가기 위해 조직폭력배들에게 돈까지 빌렸다. 그런데 대치동 아파트 옆 집에, 조폭 패거리 최강두(손창민) 일당이 은신하러 온다. 강두 일행이 집에 노래방 기기를 갖다놓고 밤새 노래를 불러대는 등 아들의 공부를 방해하자, 맹만수는 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
그런데 조폭이 공부를 방해해?
<맹부삼천지교>는 조폭과 가족애와 엽기코드 따위를 적당히 버무린 최근 2~3년 동안의 기획성 코미디 영화들의 틀 안에 있다. 이 부류의 영화들과 비교할 때 <맹부삼천지교>는 드라마를 좀더 중시하는 듯하고 엽기나 폭력 연출도 순한 편이다. 그러나 맹만수가 ‘삼천’지교를 마치고 대치동에 온 뒤, 이야기가 기둥이 서지 않은 채 이러저리 부유하면서 ‘삼천’포로 간다. 최강두 일행은 특별히 조폭 같지도 않고 머리만 나빠 보인다. 이 영화 같으면 아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옆집 사람이 성질 고약한 이웃이기만 해도 충분했을 것같다. 조폭과의 대결도 불사하는 아버지의 부성을 말하려 했다면 먼저 그가 느끼는 공포가 표현됐어야 했다. 머리 나쁜 조폭의 과장된 개그가 두서없이 튀어나오는 가운데 맹만수와 최강두의 대립구도도 긴장감을 잃는다.
의도와 관계없이 교육문제를 피해가기 힘든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는 그 해결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아버지가 조폭과 다투는 와중에 아들은 가수되는 꿈을 키워왔던 것이다. 이런 식의 해결이 이 영화엔 많다. 최강두가 맹만수와 화해하게 되는 것도, 조카 여고생의 질책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과 해결은 이야기를 끌고갈 추진력이 약하고, 공백을 에피소드들이 메우지만 그게 안이하기는 비슷한 부류의 이전 영화들과 마찬가지다. 후반부에 감동을 의도한 몇 장면이 아무래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비슷한 류의 다른 기획영화들에 비해 장점을 꼽는다면 이야기가 설렁설렁 흐르는 탓에 비교적 차분하고, 순간적으로라도 인물들을 영웅이나 악인으로 비약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영어완정정복>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김지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