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리는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3월17일 상영작을 발표했다. 116편의 장편영화와 단편 136편이 상영되는 올해 전주영화제는 국적과 형식,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좀더 넓은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변화를 주었다”고 올해의 취지를 설명했다. 개막작은 정찬과 김유석이 출연하는 <가능한 변화들>. <강원도의 힘>의 조감독이었던 민병국 감독이 처음 연출한 장편으로, 권태에 빠진 두 친구의 연애담을 담은 영화다. 폐막작은 어느 극단의 회고를 따라가는 스페인영화 <노벰버>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프로그램은 ‘영화보다 낯선’이다. 비디오 아트와 아방가르드영화, 다큐멘터리, 영상 콜라주 등을 포함하는 ‘영화보다 낯선’은 지난해까지 진행되었던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를 대체하는 프로그램. 영화란 무엇인가를 제한하는 통념을 깨고자 기획되었으며, 실험영화의 거장 스탠 브래키지와 흑인 게이 아티스트 아이작 줄리앙, 시적인 영상으로 명성을 얻은 장 클로드 루소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경쟁부문 역시 그 파장을 넓혔다. 아시아 독립영화로 한정되었던 상영작을 전세계로 확장해 ‘인디비전’이라고 이름을 바꾸었고, 또 하나의 경쟁부문인 ‘디지털 스펙트럼’은 전주영화제 출발부터 내걸었던 디지털 미디어를 향한 탐색을 계속한다.
회고전과 특별전은 두 가지가 준비되었다. 일본 독립영화의 뿌리라고 평가받는 ‘ATG(Art Theater Guild) 회고전’은 오시마 나기사와 시노다 마사히로, 이시이 소고 등의 60·70년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이 프로그램은 특별상영인 ‘일본독립영화의 현재’에서 그 흐름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필름으로 보기 힘들었던 ‘쿠바영화 특별전’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쿠바영화의 흐름을 조망하고, 토마스 구티에레즈 알레아의 <저개발의 기억> <딸기와 초콜릿>, 사라 고메즈의 <어떤 방법으로> 등을 상영한다.
전주영화제가 지난해 신설한 ‘필름 메이커스 포럼’은 올해 촬영감독을 그 대상으로 택했다. ‘필름 메이커스 포럼’은 특정 영화인의 영화를 집중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를 갖는 프로그램. 올해는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파트너로 일해온 슬라보미르 이지악, 자크 리베트와 샹탈 애커만 등의 영화를 찍었고 80년대 이후에는 장 뤽 고다르와의 작업으로 유명해진 카롤린 샹페티에, 한국의 정일성 촬영감독을 초청했다. 전주영화제가 첫회부터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내세워온 ‘디지털 삼인삼색’에는 한국의 봉준호와 일본의 이시이 소고, 중국의 유릭와이 감독이 참여했다.